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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해결사' 김상현, 애써 고개 숙이는 이유?

정현석 기자

입력 2011-06-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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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해결사' 김상현, 애써 고개 숙이는 이유?
28일 롯데전에 타석에 선 김상현.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전 얼마나 스트레스였겠어요."



28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전을 앞두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며 KIA 김상현은 가벼운 한숨을 지었다.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타격감이 장마비에 쓸려내려가 버릴지 모른다는 조바심. 그럴만도 했다. 지난 23일 광주 SK전에서 특급 김광현을 연타석 3점홈런으로 단숨에 무너뜨린 김상현은 이후 무려 4일간 비로 인해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5일만에 재개된 28일 롯데전. 김상현의 걱정은 기우였다. 1-1 동점이던 4회 무사 2,3루. 김상현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볼카운트 2-2에서 롯데 선발 송승준의 141km 직구에 거침없이 방망이가 나왔다. 찍혀 맞은 타구는 빨랫줄같은 라인드라브 궤도를 그리며 사직구장 펜스 최상단의 안전봉을 때렸다. 비디오 판독이 이뤄질 정도로 큼직한 홈런성 타구였다. 2경기 연속 결승타.

경기 후 그는 "비로 타격감 떨어질까 걱정했다. 쉰 것이 오히려 체력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비로서 안도했다.

KIA 김상현이 오랜 방황을 마치고 '해결사'로 돌아왔다.

최희섭의 부상 이탈 후 4번에 배치되자 마자 김상현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타격쇼를 선보이고 있다. 고비마다 시원시원한 장타쇼로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KIA 덕아웃으로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김상현은 여전히 '겸손 모드'를 풀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김광현의 커브를 받아쳐 넘긴 두번째 3점포에 대해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 걸렸다. 2009년에 그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에 어쩌다 서너개쯤 나오는 경우일 뿐"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올해는 내년을 위한 준비 시즌"이라며 마음을 비운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2009년 김상현과 2011년 이범호를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 김상현은 "올해 범호는 최고다. 그동안 꾸준히 잘해왔다. 반짝 잘한 나랑 비교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배팅 파워는 2009년 김상현이 낫지 않느냐'는 말에 애써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김상현이 끊임 없이 스스로를 낮추는 이유는 딱 하나. 시즌 초 발목을 잡았던 과도한 의욕과 욕심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지난 해 무릎부상 이탈이 팀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김상현은 괴로웠다. '나 때문에 팀이 추락했다'는 자책감. 겨우내 열심히 훈련했고 의욕적으로 2011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과도한 의욕이 부지불식간에 그의 밸런스를 흐트렸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 스윙에 힘이 들어가면서 유인구 승부에 말려들었다. 스윙궤적도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과 이건열 타격코치는 이를 정확히 포착했다. 주문이 떨어졌다. 김상현은 코칭스태프의 조언대로 '찍어치는' 스윙궤적으로의 복귀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상적인 발사 위치보다 더 머리 쪽에서 출발하는 궤적으로 특타를 거듭했다.

한때 국내 최고의 슬러거로 MVP까지 차지한 김상현의 흡수 효과는 놀라웠다. 타구가 찍혀 맞기 시작하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제대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상현은 "광주 SK전부터 감독님께서 맨투맨으로 도움을 주신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타격시 배트가 쳐저 나오는 걸 수정해 내려 찍는 스윙궤도로 바로잡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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