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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 윤이 밝힌 아버지와 적으로 사는 법

류동혁 기자

입력 2011-06-22 11:52

수정 2011-06-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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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 윤이 밝힌 아버지와 적으로 사는 법
LG 박종훈 감독. 스포츠조선DB

SK 박 윤은 17일 잠실 LG전을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LG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종훈 감독. 팀이 1-4로 뒤지고 있던 9회초 박 윤은 대타로 타석에 서며 아버지와 대척점에 섰다. 결과는 삼진아웃.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당시 투수 임찬규의 안쪽 직구가 워낙 위력적으로 들어가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지만, 박 윤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과. 아버지와의 1군 첫 맞대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

상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여유있게 앞서던 LG는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놓고 5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믿기지 않는 4대6, 역전패를 했다. 다음날 박 감독은 '아들이 삼진을 당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라는 질문에 "사실 아들 생각보다 그냥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럼 아버지를 '적'으로 둬야만 했던 박 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버지는 머릿속에 없었다

박 윤은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아직 많이 성장해야 하고, 1군 진입을 위해 애를 써야하는 선수. 때문에 17일 대타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그는 "타석에 서는 순간 아버지 생각은 없었어요.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모든 초점을 맞췄어요. 순간 다른 생각은 없고 그냥 쳐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어요"라고 했다.

삼진을 당했을 때 실망감도 있었다.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팀이 1-4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살아나갔어야 했는데"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이들 부자는 프로의식이 철저하다.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맞대결에 대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서로를 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들이다

상황은 더욱 묘하게 꼬였다. 당시 마무리 임찬규의 제구력이 헝클어지며 연속 볼넷 4개를 내줬다. 결국 LG는 9회초에만 볼넷 5개를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박 윤으로서는 너무나 괴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SK는 이겼지만, 아버지의 팀은 너무나 쓰라린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박 윤은 "제가 삼진을 당했을 때 팀에 미안했는데, LG가 어이없이 패하니까 아버지가 솔직히 걱정되더라구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묘한 마음이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이기거나 패하면 그냥 받아들이기가 쉬운데,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으니까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하실까봐 마음이 쓰이더라구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발전한 모습으로 1군에서 다시 만나자

그는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17일 경기가 끝나고 그 다음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18일 경기 전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역시 의연했다. 박 감독은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2군에서 더욱 발전해서 다음에 다시 1군에서 만나자"는 따뜻한 말을 했다.

박 윤에게 아버지는 한없이 자상한 분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야단을 맞아본 적이 없어요. 항상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게 저를 대해준 자상한 아버지에요"라고 했다. 때문에 "프로에 들어와서 아버지의 엄격한 모습을 보고 속으로 많이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에게 타격 지도를 받은 적이 없다

박 윤은 인천 동막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프로야구 초대 신인왕에 오르며 타격의 달인으로 명성을 떨쳤던 아버지의 현역시절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다. 1989년, 30세의 다소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경기장면을 비디오로 보긴 했는데,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1988년생인 박 윤이 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박 윤은 인천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프로에 입단해서 아버지와 마주대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들이 만나면 항상 야구얘기로 꽃을 피운다.

"아버지는 항상 경기 중 어떤 상황을 가정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많이 던지세요.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타격 지도를 받은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다.

박 윤은 "초, 중, 고등학교 내내 그러셨어요. 제가 가르침을 받고 있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있으신데 아버지가 중간에 나서서 타격지도를 하시면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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