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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이용규 대충돌, 7회말의 재구성

정현석 기자

입력 2011-06-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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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이용규 대충돌, 7회말의 재구성
SK 정우람. 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장마를 앞둔 승부는 늘 치열하다.



오락가락하는 비가 언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는 상황. 무조건 '오늘의 승리'를 챙겨둘 필요성이 절실하다. 가뜩이나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와 KIA의 주중 첫 경기. 양 팀은 20일 현재 방어율 1위 글로버(2.81), 2위 로페즈(2.83)를 앞세워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초반부터 양 팀 벤치와 선수단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마치 '예비 한국시리즈'를 보는듯한 명승부. 승부처는 3-4로 역전당한 홈팀 KIA의 7회말 공격이었다. 그중 백미는 최고 좌완 릴리프 SK 정우람과 최고 톱타자 KIA 이용규의 숨막히는 동기 맞대결이었다.

▶커트 기술자 이용규 누른 정우람의 제구력

7회초 4-3 역전에 성공한 SK는 필승카드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우람은 선두 타자인 8번 차일목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양 팀 벤치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9번 박기남의 착실한 희생번트로 1사 2루.

마운드 위 정우람과 타석에 선 이용규. 둘은 동기생이다. 정우람은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SK에 2차 11순위로 지명된 선수. 이용규도 같은해 2차 15순위로 LG에 지명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각각 최고의 좌완 계투와 최고의 톱타자로 성장한 8년차 대표 선수들 간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펼쳐졌다.

정우람은 빠른 공 2개를 스트라이크로 넣어 기선 제압을 했다. 볼카운트 2-1가 되자 이용규는 타석에서 물러섰다. 호흡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뜻. 그러자 곧바로 포수 정상호가 타임을 걸었다. 팽팽한 기싸움이었다. 빠른 직구 볼을 골라낸 이용규는 2-2에서 짧은 스윙으로 정우람의 체인지업 3개를 잇달아 파울로 커트하며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커트의 달인이라는 명성이 실감났다. 8구째 회심의 143km 직구가 높아 풀카운트. 벤치와 선수단 모두 긴장하는 9구째, 정우람은 141km짜리 빠른 공을 정확히 바깥쪽 낮은 코스에 찔러넣어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용규의 끈질긴 커트를 이겨낸 정우람 제구력의 승리였다.

▶정우람의 선택과 공 1개차 제구력

2사 2루. 끝이 아니었다. KIA 타선의 또 다른 재간둥이 김선빈이 2-1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정우람의 4구째를 밀어 우전안타를 날렸다. 밀어치기에 능한 김선빈에 대비해 몇걸음 앞에서 수비하던 SK 우익수 임 훈은 땅볼 안타가 나오자 잰 걸음으로 전진해 2루주자 차일목을 3루에서 묶었다. 김선빈의 집중력이나 1점차 승부에 미리 대비한 임 훈 모두 칭찬 받아 마땅할 장면이었다.

2사 1,3루. 3회 글로버로부터 홈런을 뽑아낸 클러치 히터 이범호가 타석에 섰다. SK 배터리의 선택은 전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4번 나지완이었다. 하지만 그냥 출루시키지는 않았다. 볼카운트 1-1에서 공 1개씩 빠지는 절묘한 '경계 피칭' 3개를 던지며 이범호를 유혹했다. 게임을 읽는 눈이 탁월한 이범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 1루에 출루해 2사 만루.

SK 벤치는 좌완에 강하고 언더핸드스로에 약한 나지완을 상대로 잠수함 정대현을 기용하지 않았다. 정우람의 컨트롤과 구위가 완벽하다는 믿음이 깔린 선택.

나지완에게 정우람은 몸쪽 꽉 찬 144km의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볼넷 뒤 초구 공략의 위험을 피했다. 이어 볼카운트 2-1에서 승부구로 바깥쪽에 꽉 차는 145km 직구를 던졌다. 나지완은 정확한 타이밍으로 가볍게 밀어 직선타를 날렸으나 우익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 만약 정우람의 공이 딱 1개만큼만 가운데로 몰렸다면 우중간을 갈랐을 타구였다.

정우람의 완벽한 제구력과 KIA 타자들의 집중력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보기 드문 명승부를 연출했다. SK의 승리에 광주 구장의 1만여 KIA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렀지만 이런 멋진 승부를 볼 수 있는 날은 분명 드물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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