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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오승환도 평소에는 즐거운 사람이다.

노경열 기자

입력 2011-06-06 14:33

수정 2011-06-06 14:33

'끝판왕' 오승환도 평소에는 즐거운 사람이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10대1 인터뷰. 조병관 기자rainmaker@sportschosun.com/2011.06.05




"에이, 생각보다 질문이 너무 평범하네요."

10대1 인터뷰가 끝난 뒤 이렇게 소감을 밝힌 선수는 처음이다. 사실 그랬다. 삼성 오승환의 10대1 인터뷰가 기획되고 나서 선수들의 질문을 모았는데 그 내용이 대부분 비슷했다. "어떻게 승부처에서 표정 변화가 없는가", "재활을 어떻게 했길래 공이 더 좋아졌다" 등 기자마저도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질문들이었다. 결국 오승환의 소감에 기자는 "그라운드에서 너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그렇지 않은가"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돌직구, 돌부처, 끝판왕' 등 오승환을 지칭하는 닉네임들은 모두 위압감을 지니고 있다. 본인도 마무리 투수로서 이런 이미지가 심어져 있는 것에 만족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일상생활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몇번이나 강조했다. 실제로 그라운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오승환을 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취미로 집에 있는 화분에 물을 준다", "사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그런지 마트에 장 보러 가면 너무 기분이 좋다.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주방용품에도 관심이 많아서 다 사고 싶은데 나중에 어머니한테 혼날까봐 겨우 참는다"고 밝힐 때는 인터뷰 장소에 있던 모든 이가 폭소를 터뜨릴 정도였다. 내심 10대1 인터뷰를 통해 이미지를 좀 바꾸고 싶었지만 질문이 그런 자신의 바람을 반영하지 못 해 아쉬운 오승환이었다.

게다가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직구와는 달리 오승환의 말솜씨는 차분하면서도 상대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어떤 설명을 하면서 재치있는 예시도 잘 적용했고 마치 미리 답변을 준비한 듯 단 한번도 말문이 막히지 않고 술술 풀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차분한 말솜씨 속에는 여전히 돌직구가 숨어 있었다. 개인적인 올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일단 세이브 30개 이상은 무조건 하고 싶다. 내가 2년간 부진한 사이 40세이브는 물론 30세이브도 없었다. 그리고 블론세이브는 3~4개 안으로 하고 싶다.(6일 현재 1개 기록중) 최상은 지금부터 블론세이브를 안 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오승환에게서 묵직한 자신감이 느껴져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정도였다.

앞으로도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오승환에게서 미소를 찾아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야구의 끝판왕도 일상생활에서는 늘 즐거움을 찾는 평범한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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