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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가르시아, '호세의 추억'이 연상된다

김남형 기자

입력 2011-06-02 12:50

수정 2011-06-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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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가르시아, '호세의 추억'이 연상된다
가르시아의 컴백은 왠지 10년전 펠릭스 호세의 복귀를 연상시킨다. 가르시아가 지난해 4월 10대1 인터뷰 도중 사진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한 모습. 스포츠조선 DB

카림 가르시아에게서 펠릭스 호세의 추억이 엿보인다.



한화가 최근 대체 용병으로 가르시아를 선택했다. 롯데에서 3년간 뛴 뒤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던 가르시아가 시즌 중반에 유니폼을 바꿔입고 한국프로야구로 귀환하게 됐다.

야구팬들은 고무된 분위기다. 단순 기량을 떠나, 가르시아는 쇼맨십과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인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선수다. 열받으면 배트를 허벅지에 대고 쳐서 두동강 내고, 때론 우전안타 친 타자를 1루에서 잡아버리는 무시무시한 빨랫줄 송구를 보여줬던 선수다. 호쾌한 홈런포와 함께 무지막지한 헛스윙마저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례적인 환대

속된 말로, 한번 잘렸던 선수다. 롯데에서 2008년부터 3년간 타율 2할6푼7리, 85홈런, 278타점을 기록했다. 투수력 보강을 원한 롯데는 지난 겨울 가르시아를 포기했다. 타자 용병을 원하는 팀이 별로 없는 국내 여건으로 인해 가르시아는 한국에 남고픈 희망을 접어야했다.

한번 퇴출됐던 타자 용병이 컴백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사례다. 투수 용병의 경우엔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되돌아온 사례가 꽤 있다. 하지만 타자 용병은 쉽지 않다.

게다가 단순한 컴백이 아니다. 엄청난 환영 분위기 속에 돌아오는 것이다. 새 팀 한화의 팬들 뿐만 아니라 친정팀 롯데와 심지어 다른 구단 팬들까지 가르시아를 두팔 벌려 반기고 있다. 한차례 퇴출이 있었음에도, 가르시아의 대중적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돌이켜보면, 10년 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호세, 애증 섞인 이름

99년 롯데에서 뛴 펠릭스 호세는 타율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 12도루로 용병 파워히터의 대명사가 됐다. 두산에서 뛴 타이론 우즈도 강타자였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호세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해 가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선 방망이 투척 사건도 있었다.

두차례나 스스로 한국 리그를 떠났던 선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2000년에 롯데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2000시즌에 호세는 뉴욕 양키스에서 20경기에 출전, 타율 2할4푼1리와 1홈런 5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호세는 2001년에 구단과 팬들의 환대 속에 롯데로 돌아왔다. 기대대로였다. 녹슬지 않은 기량의 호세는 타율 3할3푼5리, 36홈런, 102타점을 기록했다. 한시즌 최다 볼넷(127개), 시즌 최고 출루율(0.503), 최다 연속경기 출루(63게임) 등이 모두 이 시기에 만들어지거나 출발한 기록이다.

이후 또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2002년부터 2년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31경기를 뛰었다. 2006년에 롯데로 두번째 컴백이 이뤄졌다. 타율 2할7푼7리에 22홈런, 78타점. 2007년에는 23경기만 뛰며 2할5푼6리, 1홈런, 12타점에 그친 뒤 퇴출됐다.

▶가르시아에 대한 기대

호세는 롯데의 간절한 러브콜을 받으며 두차례나 돌아왔던 타자다. 늘 메이저리그를 1순위로 잡았다가 그게 좌절되면 한국에 오는 식이었다. 반면 가르시아는 스스로 한국에 남기를 간절히 원했던 타자다. 롯데가 거부한 케이스다. 그래서일까. 어찌보면 예전의 호세보다 지금의 가르시아가 야구팬들에게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은 것도 같다.

가르시아는 규모가 크고 담장도 높은 사직구장에서 2008년에 30홈런을 기록했다.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면 한화 입단후 20홈런 이상이 기대된다. 대전구장은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이다. 가르시아의 대전구장 연도별 홈런수는 3개-2개-3개였다.

홈구장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대신 롯데 시절에 비해 불리한 점도 있다. 롯데에선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 등 앞뒤에 좋은 타자들이 많이 있었다. 한화에선 아무래도 이같은 효과를 덜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흥미로운 장면도 그려진다. 가르시아가 사직구장 원정경기를 치를때 과연 롯데 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롯데 팬들이 적으로 만난 가르시아를 위해 한번쯤은 찬송가 테마송을 다시 불러줄 지도 모를 일이다. 가르시아가 총알 송구로 3루쪽 어시스트를 기록한다면 관중석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일단 가르시아는 사직구장에서 수비를 마친 뒤 무심코 1루 덕아웃으로 뛰어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팀 포수에게 당부하고 싶다. 여러분들은 바짝 긴장해야할 것 같다. 가르시아의 '홈 보디체크'는 교과서적이고 강력하며 자비란 게 없으니까.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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