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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자의 습격', 무 데이터 야구의 실체?

정현석 기자

입력 2011-06-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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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자의 습격', 무 데이터 야구의 실체?
스포츠조선 2011년 5월 31일 5년의 기다림이 이런 맛일까. 두산 서동환이 31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5회말 2사 2,3루의 위기에서 박재홍을 유격수 라이드라이브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서동환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서먹함이 오래가는 사람이 있다.



흔히 '낯가림'을 한다고 한다. 야구에도 낯가림이 있다. 신인이나 2군에서 올라온 유망주를 상대하는 1군 선수들이 고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31일 SK 타선이 두산 투수 서동환에게 5년만의 첫 선발승을 헌납했다. 5이닝 3안타 1득점의 예상 밖 고전. 3회 박진만의 솔로 홈런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지난 29일 1군에 등록된 KIA 투수 차정민도 같은날 잠실 LG전에 중간 계투로 등판, 3⅔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으며 3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데이터 확보의 불균형

한국 야구는 데이터 분석 야구와 발전의 궤를 함께 한다.

투수의 경우 상대 타자들에 대한 풍성한 데이터를 머리 속에 넣고 있는 포수의 리드에 의존할 수 있다. 타자도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TV에서 1군 투수들을 수시로 면밀히 볼 수 있다. MBC 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스스로 미리 준비하고 노력만 한다면 일단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SK 타자들은 서동환의 포크볼에 고전했고, LG 타자들은 차정민의 슬라이더에 고전했다. 생소함에 적응을 할 틈이 없었다. 데이터의 불균형. 낯 선 선수의 깜짝 활약의 배경이다.

▶거칠수록 유리하다?

물론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영상이나 페이퍼 자료로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건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유형의 신진급 선수일수록 상대하기가 어렵다. 투수의 경우 투구폼이 거칠고, 볼이 빠른데다, 컨트롤이 정교하지 않다면 상대 타자는 더욱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이순철 위원은 "서동환의 경우 공이 빠른데다 투구폼까지 와일드한 편이어서 SK 타자들이 더 고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98년 두산의 전신 OB에 입단한 고졸 투수 이혜천이 대표적이다. 데뷔 초기 이혜천은 와일드한 투구폼과 빠른 볼, 들쑥날쑥한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비기너스 럭' 이후가 진짜 시험무대

신진급 선수들의 관건은 지속 가능성에 달려있다.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순간 데이터 불균형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직접 상대한 팀이 아니더라도 첫 무대 이후 나머지 팀 전력분석원들에 의해 장·단점 분석이 끝나게 된다.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게임이나 도박 등에서 초심자에게 운이 따르거나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을 극복하고 꾸준한 활약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심리적인 극복도 중요하다. 첫 무대에서 가졌던 '잃을 게 없는 이판사판' 정신과 달리 '이번에도 저번만큼 잘해야지'하는 욕심의 덫을 극복해야 롱런이 가능해 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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