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66)은 부임 후 자신을 이렇게 돌아봤다.
81개월 만에 V리그 코트로 돌아온 김 감독은 마치 딴 사람과 같다는 평가. 남자부 사령탑 시절 격한 제스쳐와 호통을 아끼지 않는 열정적 지도로 유명했던 그의 모습은 기업은행에서 자취를 감췄다. 득점이 나올 때마다 기쁨을 표현하는 세리머니는 여전하지만, 승부처나 팀이 열세인 상황에선 최대한 목소리 톤을 낮추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극심한 내흥 속에 무너져가던 기업은행은 김 감독 부임 후 경기력을 조금씩 끌어 올리고 있다는 평가. 김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지내고 있는 딸이 TV중계를 보고 '너무 성질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연락을 하더라"고 웃었다.
이날 기업은행은 선두 현대건설에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1, 2세트 초반엔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중반 이후부터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3세트에서도 반등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그대로 경기를 마쳤다. 코트 바깥에서 바라보는 김 감독 입장에선 속이 탈 만했다. 3세트 중반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자 작전타임을 부른 김 감독의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아지기도 했다. 이날 패배로 기업은행의 연패 부진은 5경기째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