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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독에 그 선수. 3연승에도 만족 못한 '잔소리꾼' 사령탑과 MVP [장충포커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22 10:07

수정 2021-12-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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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독에 그 선수. 3연승에도 만족 못한 '잔소리꾼' 사령탑과 MVP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경기가 21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우리카드 나경복이 한국전력 김광국의 블로킹 사이로 스파이크를 강타하고 있다. 장충=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12.21/

[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승점은 가져왔는데 경기 내용은 불만족스럽다. 내일 선수단 미팅에서 얘기를 길게 해야할 것 같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한다."



5연패 뒤 3연승. 시즌 첫 3연승에 탈꼴찌 성공까지 이뤄냈지만,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연신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카드는 21일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하고 승점 21점을 기록, 6위로 올라섰다. 이제 '봄배구권'인 4위 OK금융그룹과는 단 2점 차이다.

신 감독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카드가 시즌전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의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외국인 선수 알렉스와도 재계약을 맺었다. 6년만의 컵대회 우승도 했다.

정작 정규시즌에선 리그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세부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20점 이후의 접전 상황에 약했다. 이상하리만치 범실을 쏟아내며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 감독이 연승에 대해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도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다.

나경복은 자타공인 우리카드의 간판스타이자 에이스다. 이날도 알렉스(19득점)보다도 많은 21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나경복에 대해서도 "공격이 좋아졌다. 한 타이밍 늦게 떠서 빨리 때리는 감각을 익힌 것 같다"면서도 "노블로킹이라도 마지막 순간 살짝 틀어줘야한다. 수비 잘하는 선수들은 팔만 보고도 각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에 틀어주는 건 습관을 들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같은 완승에도 만족을 못하시나'라는 질문에도 "만족하는 감독이 어디 있느냐"며 웃는 얼굴로 답했다.

그런 사령탑을 보는 나경복의 심경은 어떨까. 그 감독에 그 선수였다.

"오늘 서브가 잘 안됐다. 수비에서도 우리 볼로 잡을 수 있는 걸 바로 넘겨준 공이 몇번 있었다. 좀 아쉬운 경기였다."

나경복은 이날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온몸을 던져 디그를 잡아내는 장면이 여러차례 있었다. 특히 3세트 라이트에서 알렉스의 뒤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레프트에서부터 달려와 몸을 날리며 걷어올리는 장면이 백미였다. 나경복은 "알렉스가 상대의 페인트를 수비하는 걸 힘들어한다. 레프트들이 보고 있다가 잡아주자고 얘기를 했다"며 웃었다.

"연패가 길어서 힘들었다. 순위표 아래쪽에 있을 땐 항상 힘들다. 나 뿐만 아니라 하승우나 알렉스도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이다. 그래도 연패를 끊어서 팀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OK금융그룹도, 한국전력도 이겼으니 이제 자신감이 좀 붙는 것 같다."

승부처에 약하다는 말은 에이스가 듣기엔 가슴아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이다. 이날도 우리카드는 19-13으로 앞서던 1세트를 듀스 끝에 28-26으로 간신히 이겼고, 2세트 막판에도 맹추격을 허용했다. 나경복은 "우리도 이유를 모르겠다. 오늘도 듀스 간 세트는 반성해야한다'면서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 몇번 이기다보니 이제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는 모양"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신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칭찬도 자주 하고, 지적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라며 "3대0으로 이긴 경기도 항상 다시 챙겨보시면서 어느 부분이 아쉬웠다는 말을 하신다. 특히 나한테는 서브나 리시브에 대해 지적하시곤 한다. 맞는 얘기라서 고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답했다.

"연패가 길긴 했지만, 1등하고도 큰 차이가 안 난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금부터 연승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좋은 시즌 마무리를 만들기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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