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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을까?" 스피드배구에 좌절했던 2m 거포, 이젠 1스텝으로 뛴다[의정부핫포커스]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8-18 11:39

수정 2021-08-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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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을까?" 스피드배구에 좌절했던 2m 거포, 이젠 1스텝으…
대한항공 임동혁. 사진제공=KOVO

[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 점보스의 스피드가 작년보다 더 빨라졌다. '2m 거포' 임동혁(23)이 벽에 부딪친 느낌을 받은 이유다.

고교 최고의 공격수,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국가대표 라이트 계보를 이을 거포. 임동혁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어릴 때는 높게만 잘 띄워주면 무서운 게 없었다. 큰 키에 타고난 탄력까지 갖춘 그를 막을 선수가 없었다.

프로에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 임동혁의 재능이 누구에게나 인정받음에도 매년 '컵대회 영웅'에 머무는 이유다. 결국 높은 볼을 때리는 능력은 외국인 에이스를 넘을 수 없다. 임동혁이 한단계 더 발전하려면 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스피드배구에 적응하는 방법 뿐이다.

17일 만난 임동혁은 토미 감독의 배구에 대해 "물음표가 떠오르더라도, 스스로를 믿고 빠르게 들어가서 맞든 안 맞든 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1,2,3 스텝을 밟고 뛰었다. 지금은 전위 공격은 거의 1스텝에서 바로 뜬다. 애매하면 안된다. 빠를 거면 진짜 빨라야하고, 높으려면 진짜 높아야한다. (유)광우 형과 열심히 맞춰보고 있다."

의정부 도드람컵(KOVO컵)을 통해 드러난 토미 틸리카이넨 신임 감독의 배구에 대해 배구인들은 한목소리다.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다"는 것. 완벽하게 받고 올리고 때리기보다 아닌 반박자, 한박자 빠르게 끊임없이 네트로 달려들기를 요구한다.

'선진배구 전도사'로 영입했던 지난해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보다 더 많은 움직임, 더 민첩한 몸놀림을 요구한다. 훈련량은 더 많아졌다. 유광우는 "산틸리 감독은 목표를 정해놓고 불같은 카리스마로 이끄는 스타일이라면, 토미 감독은 같이 어우러지는 스타일이다. 웃는 얼굴로 '한 번 더!'를 외치면서 밀어붙인다"며 혀를 내둘렀다.

유광우는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전성기를 이끈 세터다. 가빈-레오로 대표되는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예쁜 토스'의 1인자로 불렸다. 시대에 뒤떨어진 한국 배구의 대명사로 폄하되기도 했다.

이젠 한국 배구의 스피드화를 이끄는 선봉장이다. 유광우는 "우리가 추구하는 건 빠르고 스마트한 배구"라며 "세터는 주어진 임무에 맞게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우리 공격수들이 국내 최정상급이라 마음이 편하다. 안 좋은 볼도 잘 처리해주니까, 움츠러들일 없이 빠르게 쏴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임동혁은 스파이크도 연타도 아닌 '푸시'를 연습하고 있다. 블로킹이 1명일 때, 가운데나 사이드로 강하게 밀어넣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이를 '덩크'라고 표현했다.

"연타는 감아서 빈 자리에 넣는 공격이라면, 푸시는 찌르듯이 수비 길이 만들어지기 전에 공격한다고 보면 된다. 보다 빠르게, 쉽게 점수를 따내는 게 우리 팀의 목표다."

토미 감독도 '토종 라이트'라는 임동혁의 장점이자 단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올시즌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는 호주 출신 링컨 윌리엄스다. 전형적인 왼손잡이 라이트다.

하지만 토미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의 포지션 중복 문제에 대해 묻자 "기회는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답했다. 결국 임동혁에게 달린 문제다.

의정부=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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