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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코치' 정경배, "팬들이 걱정 많이 안했으면"

2009-11-25 07:50

 [OSEN=강필주 기자] "초짜코치라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SK 와이번스 팬들을 만나게 될 정경배(35)가 살짝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SK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1군 신임 타격코치에 정경배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다소 뜻밖이었다. 정경배는 얼마전 SK로부터 방출된 상태로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경배는 과감하게 선수생활을 정리, 내년부터 SK 1군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로 새로운 삶을 맞게 됐다. 지난 1996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14시즌 동안 통산 2할6푼6리의 타율에 1062안타, 100홈런, 525득점, 522타점을 기록했다.

 공식 발표 후 이날 SK 사무실을 찾았다는 정 코치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시원한 것도 같고 섭섭한 것도 같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며 "14년동안 야구를 했으니 짧게 한 것도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좀더 (선수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정 코치는 수술 후 1년이 지난 현재 어깨의 통증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몸이 아프지 않은 만큼 선수생활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부상 전력을 가진 베테랑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선수생활은 선수니까 당연히 하고 싶었다"는 그는 "첫째인 아들 상훈(6)이가 '아빠는 왜 TV에 안나오고 삼촌들만 나오냐'고 묻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정말 선수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막상 나와서 보니 내 마음 같지 않더라. 쉽지 않았다"고 선수 연장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어 "이렇게 되고 보니 아파도 참거나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선 기억이 많았다"는 정 코치는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1주일전 SK 민경삼 운영본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 했다. "아직 선수 욕심이 있는 것 같은데 코치로는 어떤가. 지도자 연수 갈 계획도 있는가"라며 민 본부장이 물었고 정 코치는 "코치 욕심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러나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이미 자신에게 작별을 고한 구단이라 약간의 섭섭한 감정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어제(23일) 오후에 전화가 와서 코치가 됐다고 하더라"라며 "사무실에 찾아가 섭섭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고 앙금을 지웠다"고 껄껄 웃었다.

 타격코치라는 보직에 대해서는 "내야수 출신이라 수비쪽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4년 동안 통산 타율을 다 까먹어서 그렇지 그 전까지 방망이는 제법 괜찮았다"면서 "1년 동안은 가르친다기보다 배운다는 입장에서 선수들과 소통하는 데 중심을 두겠다. 일본인 타격코치가 메인이니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결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 마음은 알겠는데 코치가 선수를 보는 시각은 아직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한 정 코치는 "최근 2년 동안 2군과 재활군에 머물며 이제 1군이 아닌 선수들의 입장까지 알 수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소신있는 코치가 되겠다"는 신념을 밝히며 코치의 출발을 알렸다.

 다시 고향팬들 앞에 서게 된 정 코치는 "초짜코치라 나 만큼 팬들도 걱정하고 있지 않겠나.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다 보면 잘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한 후 "이제 진로가 결정된 만큼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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