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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앙리의 핸드볼 파문 일파만파

2009-11-22 14:03

 국제축구연맹(FIFA)은 사건을 일단락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더 격렬한 저항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날 뿐이다.

 프랑스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티에리 앙리의 핸드볼 사건이 세계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앙리는 지난 19일(한국시각) 아일랜드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손으로 공을 건드려 파문에 휩싸였다. 0-1로 뒤지던 프랑스는 연장 전반 13분 앙리가 손으로 컨트롤한 뒤 내준 공을 갈라스가 동점골로 연결해 4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했다.

 1차전에서 0-1로 패한 아일랜드는 결국 1무1패로 고배를 들었다. 명백한 오심이었으나 스웨덴 출신 마틴 한손 심판은 골을 인정했고, 판정을 고수했다. 아일랜드로선 분통이 터질만하다. FIFA는 아일랜드의 재경기 요청 직후 재경기는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사태가 만만치 않은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앙리는 경기후 손으로 공을 터치한 사실을 인정하며 아일랜드에 사과를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와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손으로 공을 건드려 골을 기록한 '신의 손' 사건 이후 가장 격렬한 논란이다.

'아트사커' 명성 치명타…
끝까지 비난 감수하나?

◇지난 19일(한국시각)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핸드볼 파문'을 촉발한 문제의 장면(점선안).
 ▶페어플레이기를 내려라.

 FIFA가 주관하는 A매치는 물론, 각국 리그경기 전에는 FIFA의 페어플레이기가 선수단을 선도한다. FIFA는 경기 결과 이상으로 정당한 과정을 중시해왔다. 최소한 대외적으로는 그랬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축구의 특성상 정당한 플레이와 반칙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고, 그만큼 페어플레이가 필수적이다. 또 워낙 플레이가 순식간에 이뤄지다보니 오심 가능성도 상존한다.

 FIFA는 이번에도 재경기 요구를 일축해 비난을 사고 있다. 오심을 인정하면서도, 주심의 판정을 존중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재경기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오심이라도 심판이 끝나면 번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칫 권위를 내세우다가 페어플레이라는 대의명분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FIFA다.

 더구나 FIFA는 유럽 플레이오프에 난데없이 시드 배정제를 도입, 본선 흥행을 위해 포르투갈, 프랑스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시드 배정을 받은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각각 비교적 약체인 아일랜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페어플레이 '대의명분'위기 … 프랑스내 여론도 들끓어
앙리 스승 아르센 웽거 아스널 감독 "프랑스 부끄러워…"

 ▶프랑스 언론, 축구인들도 비난


 침묵을 지키고 있는 프랑스축구협회와 앙리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스웨덴 축구팬들은 자국 출신 주심의 오심에 대해 "그 경기의 심판들이 스웨덴인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신만고끝에 본선에 올랐으나 프랑스도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 언론들은 앙리의 '신의 손' 파문을 가리켜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며 꼬집었다.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했으나 아일랜드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심지어 프랑스 축구의 레전드 중 한명인 에릭 칸토나는 "내가 아일랜드 선수로 현장에 있었다면 앙리를 때려 눕혔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프랑스 출신이자 사건의 당사자 앙리의 스승이었던 아르센 웽거 아스널 감독은 "프랑스는 부끄러운 방식으로 월드컵에 진출했다. 재경기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재발방지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언론과 축구인들마저 들고 일어남으로써 재경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나마 지네딘 지단 정도가 앙리를 옹호했다. 그는 "앙리는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 나와 같은 실수를 했을 뿐이다(지단은 2006년 독일월드컵 이탈리아전 때 상대 수비수 마테라치가 모욕적인 발언으로 자극하자 머리로 들이받은 뒤 퇴장당했다)"고 감쌌다.

 한쪽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축구판의 오랜 격언을 내세우고 있으나 별다른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팁] 핸드볼이란?
판단 기준은 '고의성' 여부
 축구에서 '핸들링'으로 널리 알려진 반칙의 정식 명칭은 핸드볼이다. 골키퍼는 패널티 에어리어(PA) 안에서 손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어떤 경우에도 손을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핸드볼이 된다. PA안에서 이뤄지면 페널티킥을, 밖에서 하면 직접 프리킥이다. 핸드볼이 선언되는 기준은 단 하나 '고의성' 여부다. 고의적이면 심판은 핸드볼 파울을 분다. 고의성 여부 판단은 전적으로 심판의 재량이다. 점점 빨라지고 있는 현대축구에서 심판의 재량만으로 핸드볼 파울을 판단한다는 것은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 '앙리 사건'이나 2008~2009 챔피언스리그 4강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2차전에서 핸드볼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 앙리의 '부끄러운 손' 사건, 재경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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