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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다

2009-11-20 16:40

 [스포츠조선 T―뉴스 김진수 기자] 지난 18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우루과이와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가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승리를 만끽했다.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으며 팬들도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우루과이는 이렇게 8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일궈냈다.

 우루과이가 하나 남은 본선 티켓을 거머쥐기까지는 눈물겨운 여정이 있었다. 애초 우루과이의 남미예선 통과는 낙관적이었다. 탄탄한 전력을 갖춰 남미의 ‘양대산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유례없는 대혼전이 벌어진 것이다.

 부진의 늪에 빠진 아르헨티나가 중위권에 처져 있는 동안 칠레와 파라과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다크호스로 급부상, 남미 예선을 혼전으로 몰고 갔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우루과이는 강호들의 벽에 가로막혔을 뿐 아니라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중위권 팀들의 거센 추격에도 고전해야 했다.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의 남미 예선 최종전. 최종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중요한 경기임에도 언론은 아르헨티나만을 집중조명하며 우루과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루과이는 경기에서도 패하며 아르헨티나에 본선 직행 티켓을 건네줘야 했다.

 결국 우루과이는 플레이오프로 눈을 돌려야 했다. 사실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는 우루과이에겐 낯설지 않다. 본선 진출의 기쁨과 탈락의 멍에를 한 차례씩 안겨준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에는 호주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탈락한 경험이 있어 달갑지만은 않은 무대다.

 우루과이에겐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오스카 따바레스 감독도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집중력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 결과, 코스타리카를 강력히 몰아붙였고 원정으로 치러진 1차전에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낯선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 코스타리카는 플레이오프 베테랑 우루과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차전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2006년 플레이오프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우루과이는 승리를 안고 돌아왔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1차전 승리를 지켜내려는 우루과이와 이를 뒤집으려는 코스타리카의 의지가 충돌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2차전이 치러진 몬테비데오엔 전반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후반 25분, 팽팽한 균형이 무너졌다. 베테랑 공격수 세바스티안 아브레우가 교체 투입 5분 만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다. 코스타리카는 뒤늦게 왈테르 센테노가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남아공 월드컵 예선 마지막 드라마는 우루과이의 본선 진출로 막을 내렸다.

 90분 동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던 따바레스 감독은 본선 진출이 확정되고서야 비로소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는 “매우 행복하다. 플레이오프까지 오는 역경이 있었으나 우리는 결국 해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주장 디에고 루가노도 ‘플레이오프로 좌천됐을 때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하다’며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8년 만에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하는 데에는 공격진의 공이 컸다. 주전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과 루이스 수아레스는 12골을 합작했고 백업 공격수 아브레우와 카를로스 부에노도 9골을 보태며 공격진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수아레스는 세트 피스 전담 키커로도 활약하며 공격 옵션 다양화에 기여했다.

 칠레, 파라과이와의 예선전, 플레이오프 1, 2차전 등 고비 때마다 무실점 수비를 펼친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루가노, 디에고 고딘 등은 팀에서 가장 많은 출장 시간을 기록하며 수비라인을 든든히 지켰고 디에고 페레스, 왈테르 가르가노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1차 저지선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제 몫을 해냈다. 특히 주장 루가노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수비를 조율하는 한편 세트 피스에선 3골이나 터뜨리며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우루과이는 이번 예선에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젠 짜릿한 경험들을 뒤로 한 채 본선으로 눈을 돌릴 시기다. 때마침 2002년 본선과 2006년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아픔을 안겨 준 덴마크와 호주가 모두 본선 무대에 올라 있다. 우루과이가 본선에서 이들과 한 조에 편성돼 과거의 아픔을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볼거리가 될 것 같다.

 < ajaxforc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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