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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모비스와의 1차전이 끝난 뒤 주희정은 "모비스가 경기하기 참 힘들다. 모비스가 나를 참 잘 막는다"고 토로했다. 주희정은 1차전에서 4득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주희정은 이날 경기 전 매치업 상대 모비스 간판 포인트가드 양동근에 대해 "둘이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모비스 수비가 껄끄럽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에게 경기 전 라커룸에서 주희정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을 물었다. 유 감독은 "뛰는 농구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최대한 속공을 막는 게 주요 포인트"라고 했다.
말은 간단했지만, 막상 경기에서 또 다른 장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양동근의 밀착마크는 기본. 유 감독은 양동근의 적극적인 포스트 업을 지시했다. 수비에 부담을 많이 줘 최대한 활동반경을 좁히겠다는 계산. 게다가 주희정은 양동근의 포스트 업을 막기 위해서는 골밑 깊숙히 수비해야 한다. 그만큼 주희정을 중심으로 한 SK의 속공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희정을 상대로 한 양동근의 1대1 포스트 업은 전술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유 감독이 의도한 또다른 면이었다.
모비스는 공격력이 약한 브라이언 던스톤이 투입되면 골밑수비는 강화되는 대신, 공격이 뻑뻑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런 딜레마를 풀기 위한 독특한 전술이기도 했다.
양동근이 포스트 업을 함과 동시에 함지훈과 던스톤이 날카롭게 골밑으로 쇄도해 양동근의 패스를 받아 골밑찬스를 만드는 방법. 때로는 양동근의 패스가 함지훈에게 간 뒤 다시 던스톤으로 이어져 공격이 성공되는 순간도 있었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주희정을 중심으로 한 SK의 속공을 저지함과 동시에 공격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절묘한 전술이었다.
이날 주희정은 고군분투했다. 골밑에서 양동근과 김효범에게 시달리면서도 8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 동료들의 지원이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경기종료 1분여를 남기고 벤치로 돌아와야만 했다.
결국 이날도 진정한 '주희정 킬러'는 코트의 선수가 아닌 벤치에 앉아 있는 유 감독이었다.
< 잠실학생=류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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