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최희섭은 잠실구장에만 오면 펄펄 날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고 있는 SK와 KIA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홈런을 날렸고 타점은 무려 26개나 쓸어 담았다.
잠실(19경기)보다 훨씬 많은 경기를 치른 광주구장(58경기, 10홈런-30타점)의 성적에 버금갈 정도다. 잠실구장에서는 타율도 무려 0.434나 된다.
최희섭의 잠실구장 성적은 홈런(36개), 타점(127점) 2관왕에 오른 팀 동료 김상현보다도 훨씬 좋다. 김상현은 올해 잠실구장에서 4홈런-14타점을 작성했다. 박정권(3홈런-9타점), 정근우(14타점) 등 SK타자들의 성적도 최희섭에 크게 못 미친다.
더욱이 KIA는 방망이가 제대로 터지지 않은 탓에 힘겹게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터라 최희섭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KIA는 1~3차전에서 1~3회에 단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고, 4차전에서는 1, 3회 두 차례나 병살타를 치며 좋은 기회를 날렸다.
그나마 최희섭이 꾸준한 타격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2차전에서 결승타를 때리는 등 2~3차전 연속으로 4타수 2안타를 쳤다.
조범현 KIA 감독도 문학구장에서 3~4차전을 치르며 "최희섭의 타격 페이스가 괜찮아 보인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타격감각이 나쁘지 않은 최희섭은 이번 시리즈에서 큰 것 한 방보다는 정교한 타격으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툭툭 밀어치면서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특히 4차전에서는 9회 무사 1루에서 구위가 좋은 이승호를 상대로 허리가 뒤로 빠진 상태에서도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좋은 감각이 잘 반영된 타격이었다.
황병일 KIA 타격 코치는 "김상현과 최희섭 등 중심타자는 큰 경기에서 집중견제를 받기 때문에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테이블 세터 노릇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만약 견제 속에서도 두 사람의 방망이가 터져준다면 우리 팀은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최희섭의 역할을 강조했다.
2007년 5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고향팀인 KIA로 돌아온 최희섭은 이번 시즌 한국에서 처음으로 풀타임으로 뛰었다. 6~7월 장염에 걸려 잠시 주춤했으나 홈런 2위(33개)에 오르며 타율 0.308을 때리는 등 맹활약했다.
특히 시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결승타를 많이 때려 팀의 승리를 책임졌다. 무려 15개나 쳐 김상현(13개)을 넘어섰다.
이처럼 KIA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데 기여한 최희섭이 잠실 시리즈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