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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근 감독, "PO 3차전서 채병용은 사실 버리는 카드였다"

2009-10-14 13:51

3차전도 질것 예상 투입 … 기막힌 호투
"너무 잘 던져줬다"… 5차전 다시 호출

◇김성근 감독 ◇채병용
 "사실 채병용은 버리는 카드였다."

 SK 김성근 감독이 13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깜짝 고백을 했다. 지난 10일 열렸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사실 질 것이라 계산하고 채병용을 선발로 내세웠다는 것. 이른바 버리는 카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구상과 달리 1,2차전을 연달아 패하자 상황이 급박해졌다. 김광현 송은범 등 팀의 원투펀치가 빠진 상태서 글로버, 카도쿠라 등 팀내에서 가장 믿을만한 용병 원투펀치를 내세웠는데, 이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기 때문.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내밀었던 채병용이 이 경기서 5⅓이닝동안 4안타 1실점으로 호투, 결국 SK가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하는데 일등 공신이 됐다. 채병용은 지난 7월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수술 판정을 받았음에도 재활을 통해 일단 올 시즌 포스트시즌까지만 던지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한 상태다. 김 감독으로선 마운드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수준이니, 승리까지 따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던 셈이다.

 김 감독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경기서 채병용의 최고 구속이 144㎞에 달했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140㎞대 초반을 찍으며 덩치에 비해 좀처럼 구속이 안 나는 대표적인 선수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결과다. 김 감독은 "정규 시즌이 끝난 후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가진 자체 청백전에서 최고 구속이 126~127㎞밖에 안 나와서 거의 기대를 접은 상태였는데 깜짝 놀랐다. 사람의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승2패로 몰린 상황서 당시 검증이 제대로 안된 김광현을 올린 것과 이번 플레이오프 3차전에 채병용을 올린 것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차원이 다르다. 김광현이 비록 패하더라도 남은 3경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벼랑끝에서 채병용 외에는 마땅치 않았는데 너무 잘 던져줬다"며 다시 한번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결국 13일 5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돼 14일로 연기되자 김 감독은 채병용을 다시 선발로 호출했다. 3일 휴식 후 4일만의 등판이라 과연 몇이닝을 소화할지, 3차전만큼 호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위상만은 완전 달라졌다. 이번에는 버리는 패가 아닌 필승 카드라는 점. 아이러니한 일로 점철된 인생의 축소판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펼쳐지고 있다.

 <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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