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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불펜의 핵 이승호는 이번 PO를 앞두고 유독 어깨가 무거웠다. 전병두가 PO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다시 올시즌 초중반처럼 허리진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야 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등판하고 또 너무 긴 이닝을 던지기 때문에 올시즌 이승호에게 붙은 별명이 '또승호'. 시즌 중 100이닝 이상 던지며 선발급 이닝소화를 했던 이승호는 시즌말 전병두의 불펜 가세로 부담을 조금은 줄인 상태였다. 짧은 휴식기간 동안 재충전을 충분히 했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없어진 것은 김성근 감독 이상으로 이승호가 실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역시 '믿을맨'다웠다. 2, 3차전에서 시동을 건 이승호는 4차전에서 팀의 네번째 투수로 등판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돼 2연패 뒤 2연승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5차전에서는 당연한 듯 모든 불펜투수가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 그 중에서도 믿을맨 이승호에게 감독은 가장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부담감이 많은 보직이지만 이승호는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광주가는 기차표를 예매해도 되겠냐고 농담처럼 질문하자 이승호는 "당연하죠. 예매해놓으세요"라고 대답한 뒤 만약 오늘 지면 한국시리즈 중계 절대 안 볼 것"이라는 선언까지 하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올시즌이 끝나면 오랫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연인과 결혼을 하게 되는 이승호. "주례를 감독님께 부탁드려야 되는데 역시 이기고 말씀드려야겠죠?"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 인천=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