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고효준이 23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전날 갑작스런 투수교체로 당황했던 순간을 묘사했다. 전날 SK는 선발 송은범이 마운드 위에 올라간 후 경기 개시 직전 어깨통증을 호소해 삼성 선동열 감독과 경기감독관의 양해를 얻어 송은범에게 한타자만 상대하게 한 뒤 고효준으로 교체했다.
고효준은 등판 후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삼성 타선을 틀어막아 승리의 1등공신이 됐다. 갑작스레 교체돼 들어온 고효준이 너무 잘 던지자 일각에서는 삼성 타선의 혼란을 위해 SK에서 작전을 썼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었다.
하지만 고효준은 23일 "경기 시작 5분도 남기지 않았는데 통보를 받았다. 당시 유니폼도 안 입고 있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호흡이 거칠어진 상태였다. 마운드에서도 계속 숨이 차서 호흡을 진정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고효준은 첫상대였던 삼성 이영욱이 기습번트를 시도한 것에 대해 "내 호흡이 안 좋다는 것을 눈치챘던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효준이 유니폼도 챙겨입지 않았던 것은 원래 23일 선발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쉬기 위해 라커룸까지 들어갔던 고효준은 갑작스런 호출로 하루 앞당겨 등판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숨이 차긴 했지만 "나갈 수 있는 경기는 다 나가고 싶다. 패전처리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던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는 고효준은 결국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해냈다.
고효준은 마지막에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을 밝혔다. "만약 22일 등판하지 않은 채 승리했다면 23일 17연승이라는 최다연승신기록의 무대에 설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경기에만 집중했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 인천=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