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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축구] 서정원, 녹슬지 않은 왕년스타

2009-09-23 17:08

 "해트트릭을 할 뻔했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서 홍 감독을 보좌하는 서정원(39) 코치는 23일(한국시간) 오전 이집트 수에즈 아인소크나 라스아데베야 연습구장에서 치러진 자체 연습경기가 끝나고 나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후반 30분씩 진행된 주전조-비주전조 간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두 골을 사냥했기 때문이다. 승부는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최다 득점자는 선수들이 아닌 서정원 코치였다.

 서정원 코치는 주전조 11명에 비주전조 9명으로 두 명이 부족하자 비주전조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수비수를 맡은 김태영 코치와 함께 긴급 투입됐다. 11대 11의 실전 경기를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다.

 불혹을 앞둔 많은 나이 탓에 19세와 20세로 이뤄진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였다.

 서정원 코치는 1990년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답게 노련한 경기 운영과 날카로운 슈팅, 정확한 위치 선정 능력에서 후배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서정원 코치는 전반 18분 오른쪽 골지역으로 파고든 뒤 왼쪽에서 크로스가 길게 올라오자 오른쪽 발을 갖다대 선제골을 뽑아냈다. 베스트 11의 주축인 주전조에 한 방을 먹인 기막힌 첫 골이었다.

 주전조는 김보경(홍익대)과 서정진(전북)이 동점골과 역전골로 전세를 2-1로 뒤집고 후반을 맞았지만 서정원 코치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정원 코치는 후반 18분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을 날려 2-2 균형을 맞추는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서 코치는 패스를 받자 한 템포를 쉬어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은 뒤 강하게 찼고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주전조 골키퍼 이범영(부산)도 어쩔 수 없이 당한 감각적인 슈팅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스페인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던 대포알 슈팅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표 시절 A매치 87경기에서 16골을 사냥했던 골 감각은 전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 코치는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는 오른쪽 측면을 침투한 뒤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다. 김민우(연세대)가 헤딩을 했지만 이범영의 선방에 막혔다. 도움까지 기록할 수 있었던 절묘한 크로스였다.

 지난 3월 청소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을 도우려고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서 코치는 수원 삼성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SV리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2006-2007시즌 직후 은퇴했고 이후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표팀의 주장인 구자철은 "서정원 코치님은 두바이 전지훈련에 이어 이집트에 와서도 자체 게임에 뛰었다. 코치님이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해 놀랍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훌륭한 코칭스태프와 훈련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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