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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이사회 파행..멀고 먼 정상화

2009-09-23 15:23

 국기(國技)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 이사회가 파행으로 얼룩졌다.

 1년 넘게 끌어온 파벌 싸움과 지도부 공백 탓에 표류하고 있는 국기원은 23일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2009년 3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사 임기 정리 등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엄운규(80) 이사장과 대립하는 이사들이 집단 불참해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이날로 임기가 만료되는 엄 이사장은 직후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일부 이사들의 보이콧과 반대에 부딪혀 이사회 정상화와 법정법인화를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엄운규 이사장은 "1972년부터 수백 번 회의를 열었지만 이렇게 이사회가 무산된 것은 처음"이라며 "외부와 내부 인사가 합세해 국기원을 흔들어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엄 이사장은 자신의 퇴임으로 수장이 없어진 국기원을 당분간 이끌어갈 상근 부원장에 이승국(63) 전 한국체대 총장을 지명했다.

 엄운규 이사장은 송상근 상근 부원장을 직위 해제하고 이 전 총장에게 국기원 원장대행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재적 이사 19명 중 엄운규, 이종우, 이승국, 김영환, 이장원, 이규석, 양진석 이사 등 7명만 참석했다.

 이사회가 무산되자 참석자와 일부 참관자는 "태권도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며 이사회를 보이콧한 상근이사들은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 일괄 사퇴하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972년 창설된 국기원은 작년 6월21일 발효된 태권도진흥법에 따라 법정법인 전환을 추진하던 중 이사회 내부 대립과 엄운규 이사장의 원장직 사임 등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엄운규 이사장측과 이승완 국기원 정상화추진위원장측의 대립이 법정공방으로 비화해 법원에서 8차례 심문과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또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의 국기원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도 찬성파와 반대파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등 내부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달 초 홍준표 이사가 사퇴하면서 국기원은 극적인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지만 새 틀을 짜기로 했던 이날 이사회가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당분간 파벌 대립 양상이 이어지게 됐다.

 국기원 표류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떤 해결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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