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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 일본인 관광객 즐거운 해프닝

2009-08-31 14:53

정근우-일본인 부부 관광객 즐거운 해프닝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이 한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 하나로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얻었다.

 일본인 관광객은 필자가 기획해 가이드를 맡는 '한국 프로야구 관전 투어'에 참가한 40대 부부다.

 8월28일 대구구장에서 삼성과 SK경기를 관전하고 호텔에 체크인한 부부가 샤워를 위해 욕실에 들어갔는데 타월이 한 장 모자랐단다. 부부는 프런트에 연락해 놓고 방문을 열어놓은 채 타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티셔츠 차림의 한 남자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당황한 부부 앞에 그 청년은 "곤니치와(안녕하세요)"라고 한 뒤 방을 나가버렸다.

 그 순간 남편은 비로소 그 청년이 누군지 생각해냈다. "방금 전 그 사람은 정근우였어."

 옆 방에서는 마침 정근우가 조금전 실수담을 이야기하는지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근우는 이날 트레이너실로 착각해 이들 부부의 방에 잘못 들어갔던 것이다.

 이 부부는 한국야구를 자세히 아는 편은 아니었지만 정근우는 알고 있었다. 바로 전날 방문한 문학구장에서 정근우의 플레이를 보고 팬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정근우의 유니폼까지 구입한 터였다.

 흥분한 부부는 정근우에게 다시 인사를 하기 위해 유니폼을 손에 들고 옆 방을 노크했다. 그랬더니 트레이너실에서 반갑게 맞아줘 즉석에서 '심야의 팬 미팅'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해프닝은 5개의 우연이 겹치면서 일어난 셈이다. 먼저 부부의 방이 SK 트레이너실 옆방이라는 것, 타월이 1장 부족했던 것, 문을 열어두고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정근우가 방을 착각한 것, 그리고 그 방의 주인이 마침 정근우의 팬이었다는 점이다.

 정근우와 만난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그들 부부도 실수를 한 게 있었다. 방 열쇠를 갖지 않은 채 옆방으로 간 것이다. 이들 부부는 사인받은 정근우의 유니폼을 든 채 슬리퍼 바람으로 프런트에 갔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끝이다.

 이날 경기에서 홈 스틸을 했고, 숙소에서는 팬의 방에 '도루'를 성공한 정근우. 그의 플레이 덕분에 또 2명의 일본인 한국야구 골수팬이 생겼다.  

 <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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