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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US아마추어 우승시킨 안재형 "올림픽동메달보다 훨씬 기뻐"

2009-08-31 14:16

"내가 올림픽 동메달 땄을 때보다 훨씬 기쁘다"
아들 뒷바라지 위해 2007년 미국행 '골프대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기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안재형 전 대한항공 감독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31일(한국시각) 제109회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아들 안병훈(18)이 당당하게 챔피언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가 3연패를 했던 대회,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이 꿈에 그리던 그 대회의 우승컵을 아들이 들어올렸다.

 안 전 감독은 이날 스포츠조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내가 올림픽 메달을 땄을 때보다 훨씬 기쁘다. 두 말할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7세때 자신을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간 것이 계기가 돼 골프채를 잡은 아들. 외롭고 힘든 길을 꿋꿋하게 걸어온 아들이 그냥 자랑스러울 뿐이다.

 이제 아들은 아버지보다 골프를 100배쯤은 잘 친다. 안 전 감독은 "나는 그냥 희망사항이 보기플레이어(90타)다. 잘 치면 80대 중반을 치기도 하지만 어쩌다가"라고 말한다. 아들은 300야드 이상의 '짐승(?) 티샷'을 뿜어대지만 아버지의 드라이버샷은 잘 맞아야 240야드다. 골프 유전자를 탁구 천재인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어머니도 아니다. 안병훈의 모친인 자오즈민은 탁구에서는 세계 최고로 통했지만 골프는 딱 질색이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야외운동은 전혀 못한다. 어쩌다가 아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라도 할 때면 흡사 차도르를 두른 듯 온 몸을 칭칭 감고 필드에 나타난다.

 아들의 캐디백을 메는 아버지지만 경기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이 거의 없다. 안 전 감독은 "가끔 퍼팅 라인을 보기도 하지만 10번에 한번 정도다. 병훈이가 알아서 한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할 뿐"이라고 말한다. 2007년 2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아버지는 열혈 '골프 대디'가 다 됐다. "아들을 챙기는 것이 내 일"이라고 떳떳하게 말한다. 우승을 전혀 예상못하고 티셔츠도 5벌 밖에 가져오지 않아 결승을 앞두고 급하게 옷을 사기도 했다.

 힘든 시기도 많았다. 2005년 12월 안병훈은 미국에 골프 유학을 시작하면서 홈스테이 등을 전전하며 혼자 머물렀다. 홀로 생활하면서 체력이 바닥 나 쓰러지기도 했다. 깜짝 놀란 아버지가 미국에 합류했고 지금은 할머니가 식사를 책임져 준다. 자오즈민 역시 다음달 미국에 합류해 가족상봉이 이뤄지게 됐다.

 아들에게 골프를 시키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몇년 전 병훈의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부자가 겨울에 중국 남부지방으로 골프 전지훈련을 갔는데 두달 넘게 안 전 감독이 직접 빨래와 밥을 했다. 안 전 감독은 "그때 가사노동이 진짜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한다.

 안병훈은 프로전향을 천천히 할 생각이다. UC버클리에 진학한 뒤 공부와 골프를 향후 몇년간 병행할 예정이다. 안 전 감독은 "타이거 우즈도 이 대회에서 3회 우승을 차지했다. 병훈이의 골프를 더 단단하게 만든 뒤 프로전향을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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