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덕아웃 뒤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광현에게 팔꿈치는 괜찮냐는 질문을 던지자 황당하다는 표정과 함께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던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신체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 김광현은 시범경기 동안에도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해 개막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주위에서는 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질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우였다.
SK 김성근 감독은 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김광현을 1군에 등록했다. 사실 모든게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4일 인천 한화전에 맞춰 등판할 만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즌 3번째 경기로 등판을 미뤘놓았을 뿐이었다.
SK 김광현이 지난해 MVP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김광현은 이날 KIA 타자들을 상대로 선발 7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8개나 솎아내며 5안타 2볼넷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4-3의 한 점차 리드에서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온 뒤 불펜진이 추가실점을 막아 김광현은 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 출발은 좋지 못했다. 1회 KIA 2번 이종범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4번 최희섭에게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던지다 투런홈런을 얻어맞았다. 3회에는 안타 2개에 수비 실책까지 겹쳐 다시 1점을 내줘 1-3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팀타선이 4회 박정권의 투런홈런 등으로 3점을 뽑아 역전을 하자 김광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호투를 이어갔다. 최고구속 150㎞의 직구와 주무기인 슬라이더 제구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삼진 퍼레이드를 벌여나갔다.
프로 3년째를 맞은 김광현이 초반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한 단계 성숙한 경기운영으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인 경기였다.
<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