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하도 왔다갔다해서 기억이 잘...."
KIA 조범현 감독이 7일 광주 SK전에 앞서 이종범을 불러놓고 질문을 던졌다. 이종범이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내놓은 대답이다. 이날 조 감독은 이종범을 선발 3루수로 기용했다. 두산과의 잠실 개막 2연전서 우익수로 출전한 이종범은 시즌 3경기만에 내야 핫코너로 이동한 것이다.
3루라 해서 못 갈 것도 없는 선수다. 이종범은 투수를 제외한 8개 포지션을 모두 뛰어본 경험이 있는 국내 유일의 선수다. 프로 입단 후 유격수를 주로 보며 간혹 포수로 뛰기도 했던 이종범은 일본 진출후 외야수로 전향했고, 국내로 유턴해서는 3루수, 2루수, 외야수를 두루 소화했다. 그러다보니 언제 3루수로 뛰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종범이 3루수로 뛴 마지막 경기는 2007년 8월5일 광주 롯데전. 선발 3루수 출전은 2004년 7월8일 광주 삼성전 이후 5시즌 만이다.
조 감독이 이종범을 3루수로 전격 선발기용한 목적은 공격력 극대화다. 이날 KIA는 좌익수 장성호, 1루수 최희섭, 지명타자 이재주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세명의 거포들을 모두 쓰기 위해서는 우익수인 이종범을 내야로 돌리고 기존 좌익수인 나지완을 우익수로 바꾸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이종범은 전지훈련서 3루수비 훈련을 병행했다.
이것도 '보통'의 이종범이라면 생각하기 힘든 조치다. 개막 2연전서 9타수 3안타를 쳤으니 현재 타격감이 좋은 상태다. 결국 조 감독은 '이종범의 활용폭을 넓히면 팀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오랜만에 3루수로 나선 이종범은 "내야수로 뛰면 살이 빠질텐데..."라면서도 "전훈 캠프에서 3루 수비 훈련도 했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범이 향후 붙박이 3루수로 변신할지는 미지수다. 조 감독은 "장성호와 이종범은 수비에서 보통 정도만 하면 된다. 일단은 임시 조치다"라고 말했다.
<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