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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골프 개최지도 경기침체로 타격

2009-04-07 15:14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매년 열리는 오거스타는 조지아주 동부에 위치한 인구 20만명의 중소도시.

 애틀랜타에서 동쪽으로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인 이 도시는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서배너강을 경계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맞닿아 있다.

 1800년대 중반 운하 개통과 함께 목화거래가 번성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내륙 목화시장이 있던 곳이자 1,2차대전을 거치면서 군병원이나 요양소가 건립되고, 이후 조지아대학 의과대학이 자리잡는 등 의료산업이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을 만든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바비 존스가 1930년 은퇴하면서 겨울에도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 최적지로 현재의 자리를 택해 클럽을 건설할 정도로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가 계속된다. 한인들도 5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해마다 4월초 열리는 마스터스 주간에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20여만명의 관광객들이 오거스타로 몰려온다. 시 당국은 이에 따라 마스터스대회를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에 따라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대규모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한 만큼 지역주민들은 집을 관광객들을 위해 빌려주고 봄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플로리다 등으로 휴가를 가도록해 상당한 임대료 수입을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임대료는 집 규모에 따라 5000~2만5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 참가 선수들이 빌리는 집의 렌트비는 1만~5만달러까지 다양하다.

 6일 현지에서 만난 한국계 앤서니 김 선수의 부친 김성중씨는 "앤서니와 우리 가족이 머물기 위해 1주일간 빌린 침실 4개짜리 주택의 임대료가 2만달러"라면서 "하지만 미국 선수들은 4만~5만달러 짜리 집을 빌려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데크 코펜하머 오거스트시장이 취임한 뒤 지방공항이던 오거스타 공항에 터미널을 추가하고, 다운타운 지역에 '비즈니스 전담구역'을 만드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또 대회기간 시내 호텔이나 식당의 경우 정해진 가격표가 없다. 마스터스 특수를 감안한 '마스터스 메뉴판'만 존재해 부르는게 값이 될 정도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대회장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번다. .

 하지만 마스터스 대회는 관람도 아무나 할 수 없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것 조차도 '개인의 영광'이자 '특권'이 되고 있다.

 오거스타 골프클럽이 연습 라운드 관람권은 1년 전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배분하는데 신청자가 엄청 많아 당첨확률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또 경기는 4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후원자(patron)에 한해 구경을 할 수 있지만 후원자는 2000년에 잠시 대기자를 받은 이후로는 더 이상 받지를 않고 있어 관람권을 공식적으로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암표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6일 골프장 앞을 가로지르는 워싱턴로드 곳곳에는 관람표를 팔거나 사겠다는 광고와 안내 전화 푯말이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연습 라운드 관람권이 300~4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대회 관람권은 4일 내내 볼 수 있는 티켓이 4000달러, 그리고 하루짜리 티켓은 1200달러에 거래되는데 대회가 임박해서는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대회의 명성과 희소성으로 인해 대회장 주변은 세계 주요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와 정계 인사 등 유명인사들이 만나 사교와 비즈니스를 하는 '명품 비즈니스 무대'가 된다.

 미국 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이 열릴 때마다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가 매년 바니걸을 등장시키며 열어온 '플레이보이 슈퍼볼 파티' 처럼 마스터스 기간에는 주요 기업들이 명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다양한 고급 사교행사가 줄을 잇는다.

 주요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은 골프를 좋아하는 고객 접대를 위해 마스터스 입장권을 구하려 대회를 앞두고 동분서주하고 오거스타 지역의 대저택을 빌려 파티를 열어 고객들을 접대하는게 관례처럼 돼있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경기침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정부로 부터 850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보험사 경영진들이 회사가 파산지경에 이른 작년 10월 유명 휴양지에서 호화행사를 개최했다가 의회 청문회에서 호된 질책을 받은 뒤 사치스럽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행사는 모두 취소해 타격은 더 커졌다.

 6일 기자가 현지에서 관람권 암표를 거래하는 상점에 문의하니 연습 라운드 관람권은 하루 짜리가 270~330달러, 그리고 대회 관람권은 600달러로 예년에 비해 싼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온라인 티켓 판매회사인 스튜브허브에서 거래되는 4일짜리 입장권 평균가격이 지난해에는 3900달러에서 올해는 3300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또 대회 기간 막대한 수입을 올렸던 골프장 인근 레스토랑과 술집에 작년부터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조짐이고, 주택 임대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클럽 앞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대개 4개의 침실이 딸린 집이 1주일에 9000달러에서 올해는 7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군용트럭 제조회사인 CMS를 운영하는 유진철 전 동남부한인연합회장은 "30여년 동안 마스터스대회를 지켜봐 왔는데 암표값이 엄청 떨어졌고, 민박도 예년에 비해 40% 감소할 정도로 타격이 심하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언론과 정치권에서 오거스타에 누가 관광을 갔는지 체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AIG 파문'을 감안해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올해는 직원들을 대신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면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부상에서 회복해 오랜만에 출전하는 흥행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회중 활기가 적은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클럽 앞에서 골프 그림 판매상점을 운영하는 찰스 씨는 "마스터스 대회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대회로 한국에서도 관광객들이 오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경기침체가 심하기는 하지만 마스터스의 명성을 해칠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은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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