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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도자 꿈꾸는 '농아 대학생'

2009-04-07 09:36

 "비록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지만 축구는 선수들의 눈만 봐도 할 수 있어요."

 청각 장애를 안은 20대 대학생이 꿋꿋한 의지로 축구 지도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6일 경기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시작한 제1회 4급(D급) 축구지도자 강습회에 참가 중인 정봉규(23)씨.

 국내 지도자 강습회에 장애인이 참가하기는 정씨가 처음이다.

 나사렛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정씨는 청각, 언어 장애 2급이다. 2006년부터 3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고 싶어 2차례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정한 신체조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처음 열린 4급 강습회는 대한축구협회 허가만 받으면 돼 정씨는 국내 장애인 가운데 가장 먼저 축구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정씨는 수화 통역사를 통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4급에 응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 "최종적인 목표는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것이다. 농아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7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축구를 배웠던 정씨는 대학 전공이 태권도 선교학과지만 축구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2005년부터 서울 대표로 전국농아인 축구대회에 출전했고 2007년에는 감독을 맡아 팀의 8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TV 중계를 통해 K-리그와 유럽 축구 경기를 보며 '축구 선수로 뛰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던 중 올해 세 번째로 지도자 강습회 참가 신청을 한 끝에 허가를 받아냈다.

 정씨는 "강습회에서 저 혼자 농아인이지만 교육을 받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면서 "즐겁고 매우 유익하다"고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농아로서 의사소통이 수시로 필요한 축구 경기는 물론 실습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씨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를 할 때는 선수들의 눈을 보고 무얼 원하는 지 파악할 수 있고 서로에게 외치는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입 모양과 분위기를 보고 자신의 역할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또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통역사를 대동해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거나 글을 써 상대방과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정씨의 최종 목표는 외국에서도 축구 지도자를 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어려운 여건의 나라에 가서도 축구를 가르쳐 주고 싶다"면서 "물론 기회가 된다면 선수로도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획기적인 변화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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