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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인터뷰] 롯데 '우승 청부사' 홍성흔

2009-04-07 09:33

 홍성흔은 롯데의 우승 청부사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올랐던 롯데가 올시즌 우승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바로 깜짝 FA영입이었고, 지난해 12월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홍성흔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났다. 이젠 롯데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는 홍성흔을 지난 5일 히어로즈전이 끝난 뒤 사직구장 덕아웃에서 만났다. 전날 개막전에 이어 이날도 3타수 무안타. 부산에서 열린 개막 2연전에서 팬들에게 시원한 안타 하나 선물하지 못하고 부산에서의 신고식을 일주일 뒤로 미뤘다.

초반 부진? '첫끗발이 X끗발'
'홍성흔 응원가' 울릴 날 오겠죠…

◇ 올시즌을 앞두고 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이 본지와의 '원티드 인터뷰'를 통해 올시즌 각오를 밝힌 후 특유의 당당한 포즈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너무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부산에서 2경기를 마치니 어떤가요

 ▶역시 느낌이 달라요. 함성소리라든지 응원의 열기가 느껴져요.(예상 질문이라는 듯 말이 술술 나온다) 진짜 야구만 생각해야 되겠다고 결심했죠. 롯데에서 옷 벗는다는 생각으로 왔으니까 우승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솔직히 부담이 있지 않나요

 ▶개막전에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빨리 버리려고 노력중입니다. 6번째 타자라는 생각으로 해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아직 그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잘 맞힌게 3개 정도 있었는데….(아무래도 팬들 앞에서 안타를 못친 게 안타까운듯 하다) 부담이 있었습니다. 첫 선인데 정신이 없었어요. 항상 적이 돼서 하다가 부산팬들이 다 나를 응원해주니까 그런 것에 적응하는 것도 그렇고. 몇 경기 하다보면 적응이 될 것 같습니다.

 ―공수교대 때 항상 덕아웃 앞으로 나가 일일이 하이파이브하며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 좋던데

 ▶지명타자지만 나도 수비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죠. 나도 같은 오더에 들어간 선수 중 하나 아니겠어요. 내것만 하는 것 보다 선수들 챙겨주면서 같이 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고참이라고 벤치에 앉아 껌이나 씹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후배들이 보고 따라하고 그게 당연한 것입니다.(워낙 말이 빨라 수첩에 적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녹음기에 맡겼다)

 ―가족들은 잘 적응하나요

 ▶어제는 왔는데 오늘은 안왔어요. 와이프가 좀 뭐랄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생각하는 듯) 팬들이 좀 서울보다는 강하니까 욕같은 것을 종종 하는데 그걸 못 들어요. 마음이 약하고 자존심도 세서…. 여기는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반응이 곧바로 나오잖아요. 그래도 부산팬들이 뒤끝이 없으니까…. 와이프가 운동장에 자주 못와도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홍성흔 응원가를 들었나요

 ▶(반색하며) 오, 좋더라구요. 타석에 들어설 때도 노래가 나오고 또 팬들이 불러주는 응원가가 있던데 둘 다 아주…(엄지를 치켜든다). 이게 다 응원단장이 신경써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잘해야 그 응원가가 더 빛을 발하는데.(계속 안타 못친게 마음에 걸리나보다) 개막전에 안타를 쳐서 신고식을 치르고 싶었는데 사람 일이 마음대로 안되고 난 '첫 끗발이 X끗발'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에 꾸준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잘해보렵니다.

 ―로이스터 감독과 이전 감독들을 비교한다면(달변인 그가 어떻게 전임 감독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대답할 지 궁금했다)

 ▶우선 김인식 감독님이랑 스타일이 비슷해요. 되든 안되든 베스트 9을 고정하고 그 선수를 믿고 해결해주길 바라죠. 지고 홈런맞고, 삼진당하고 그게 중요하지 않고 플라이가 떠도 전력질주하고 실책을 해도 넥스트 플레이를 하는 것을 더 중요시합니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 더 민감한데 그게 오히려 맞는 것 같아요. 지고 이기는 것은 감독 몫이고 선수들은 최선의 플레이를 하라고 합니다. 공사구분이 확실하죠.

 ―미국인이라 선수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게 다르지 않나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들이 '편하다, 편하다'하는데 은근히 쪼이는게 있어요. 그게 카리스마겠죠. 선수들한테 편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벤치에서 보면 경기에 들어갔을 때의 눈빛이 다르니까요. 대처가 칼같아요. 오늘(5일)도 (장)원준이가 템포도 느리고 자신감이 없어보이니까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바꿔버리잖아요.(역시 달변가답다. 어려운 질문인데 로이스터 감독만 언급하는 것으로 교묘하게 피해간다)

 ―1루수로 전향 후 수비는 잘 되나요

 ▶훈련은 열심히 했어요. 어느 정도 준비가 됐어요. 언제 나갈지 모르겠지만…. 포수로 나가는 게 더 빠를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강민호가 다치고 (최)기문이형이 데드볼 맞고 하면 내가 나가는 거 아닌가요.(웃음) 감독님은 우선 지명타자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그리 자신은 없는 듯. 홍성흔의 1루 수비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친정인 두산과도 대결을 해야하는데요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아무래도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라서 이 질문에 가장 민감한 듯) 두산이라고 해서 '꼭 이겨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다. 그냥 7개 상대팀 중 하나일 뿐이죠. 결승타 치면 언론이나 팬들은 부각을 하겠지만 지금은 롯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두산 팬들이 내게 야유를 할 수도 있고, 나도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에 온지 3개월이 넘었는데 뭘 느꼈나요

 ▶여기 분들은 스포츠를 야구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롯데만 알죠. 많이들 알아봐주시고 뭐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하고, 공인이라 내가 더 받는게 죄송한데…. 이곳은 뭣 하나 부족한게 없는 시스템입니다. 야구만 잘하면 되죠.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거지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도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야구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고 자신도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똘똘 뭉쳐서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만큼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홍성흔은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실내 연습장으로 들어가 타격 훈련을 1시간 하고 나서야 사직구장을 떠났다.

 <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안타 못 친 대신 응원이라도…
"졌는데…" 오렌지색 봉투 촬영 No

 홍성흔은 개막 2연전서 비록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얼마나 소리를 치르며 동료들을 응원했는지 목이 쉬어 있었다. 롯데가 그를 데려온 이유는 타격도 타격이지만 이런 것 때문이리라. "안타도 못쳤는데 이런 거라도 해야지"하는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다운 모습은 여전했다.

 인터뷰를 한 5일은 1대10으로 대패해 제대로 이야기가 될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사진기자와 함께 오렌지색 쓰레기봉투부터 찾았다. 홍성흔의 머리에 롯데 응원의 상징인 쓰레기봉투를 씌우고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라커룸으로 가서 장비를 챙긴 뒤 인터뷰를 위해 다시 덕아웃으로 온 홍성흔에게 불쑥 오렌지색 쓰레기봉투를 건네며 머리에 써달라고 했다. 웬만하면 취재진의 요청을 다 들어주는 굿맨 홍성흔이라 제안을 했는데 대답은 "이건 하지 맙시다"였다.

 개막 2경기서 6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보인데다 이날 하필 대패를 해서 분위기는 다운. 경기 졌는데 쓰레기봉투 쓰고 웃는 게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다시 웃으며 부탁해도 "잘 할 때 찍죠"라고 한번 더 거절. 그래도 인터뷰는 성실하고 밝게 했다.

 < 부산=권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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