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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완 vs 이치로...WBC 빛낼 세번째 최전방 전투

2009-03-17 09:47

 대표팀 포수 박경완의 얼굴에 쓰윽 웃음이 스쳐지나갔다.

 한국은 지긋지긋한 상대 일본과 18일(이하 한국시각) 낮 12시 2라운드 두번째 경기를 갖는다. 이기는 팀은 4강 확정. 늘 그랬듯 이번 WBC에서도 주요 길목마다 일본이 버티고 서있다. 물론 일본 쪽에서도 한국을 마찬가지 시각으로 보고 있다. 세번째 맞대결. 무엇보다 '한국 리더' 박경완과 '일본의 혼' 이치로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진다.



 ▶서른여덟 포수의 마지막 소망

 대표팀의 모 코치는 17일 "하나의 승부로 좁혀질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박경완과 이치로가 최전방에서 겨루는 게임이 될 것이다"라고 규정지었다.

 팀의 맏형인 박경완은 "승부처에서 일본을 만나면 껄끄럽고 힘든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꼭 일본, 그리고 이치로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첫 훈련을 할 때도, 13일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도 박경완은 "일본을 또 상대하고 싶은가"란 질문에 그처럼 답했다. 자존심이 상한 측면도 있고, 아마도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대회가 될 이번 WBC에서 일본 타선과 그 리더인 이치로를 완전히 꺾고픈 마음일게다.

 ▶조용한 이치로가 더 위협적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치로는 진중했다. 3년전 1회 WBC때의 '30년 발언'과 다소 과격했던 제스처는 이번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직전까지 한국과 한국야구에 대해 다소 경외감을 보이는 듯한 태도까지 취했다.

 그게 더 무서운 것이다. 차분하게 속으로 칼을 가는 이치로가 과거 말 많았던 이치로보다 더 강해보인 건 기자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치로는 2월말까지 자국 연습경기에서 부진했다. 게다가 대회 첫날 중국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망신을 당했다. 일본 언론에선 난리가 났다. 사실 한국쪽에도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이치로였다. 지난 7일 1라운드 첫 맞대결때 박경완은 이치로를 묶는데 실패했다. 그날 이치로는 5타수 3안타 3득점했고, 한국은 2대14 콜드게임 수모를 겪었다. '이치로가 한국 만나 감잡았다'는 얘기가 박경완에겐 더 기분나빴다.

 ▶분석할 것이냐 분석당할 것이냐

 박경완은 "첫 대결 때 일본 타자들이 기가 막히게 변화구 타이밍을 잡았다. 이거 뭔가 당했구나 싶었다. 일본이 나를 파악했구나, 내가 분석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톱타자 이치로를 봉쇄하지 못해 소속팀 후배 김광현이 1⅓이닝 8실점으로 만신창이가 됐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잘 정도였다고 한다.

 9일 한-일 순위결정전은 박경완의 복수였다. 선발 봉중근에게 70~80% 비율로 직구를 던지게 하면서 일본 타선을 막았다. 그날 이치로는 안타 한개를 치긴 했지만 첫 세타석에서 모두 내야 땅볼에 그치며 숨을 죽였다.

 ▶스코어 1대1, 전투 임박

 공교롭다. 18일 세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기본 상황은 열흘 전과 비슷하다. 일본은 16일 쿠바와의 2라운드 첫경기에서 6대0으로 승리했지만, 이치로는 또다시 5타수 무안타였다. 5타수 무안타로 눌린 뒤 하루 쉬고 한국을 만난다는 게 기분나쁠 정도로 그때와 닮아있다.

 물론 박경완은 그때와 다르다. 느릿느릿 굼떠보이는 평소 걸음걸이와 달리 홈플레이트 뒤에만 앉으면 포스마스크 사이로 두 눈을 번뜩이는 박경완이 요며칠 넋놓고 있었을 리가 없다. 머리속으로 늘 이치로와의 승부 패턴을 그려왔다. 어찌보면 WBC는 국가대항전을 떠나 이처럼 훌륭한 포수와 타자의 매치업이 있어 흥미로운 것이다.

 < 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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