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는 16일 한국전에 앞서 지난 9일 멕시코시티 포로솔스타디움에서 열린 1라운드 호주전에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 4실점한 뒤 강판됐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소속인 페레스는 빠른 공을 던지지만 컨트롤은 흔들리는 투수로 평가된다. 약체로 꼽혔던 호주전에서도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잦아지면서 난타를 당했다.
한국은 이 점을 노렸다. 노림수는 딱 맞아 떨어졌다. 타자들은 페레스의 변화구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독수리 눈을 부릅뜨고 직구에만 방망이를 휘둘렀다.
0-2로 뒤진 2회말 이범호는 볼카운트 1-1에서 페레스가 던진 시속 145km짜리 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걷어올렸다. 2-2로 맞선 4회말 4번 주포 김태균 역시 볼카운트 2-1에서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높은 직구(145km)에 풀스윙으로 응답, 좌중월 역전 솔로포를 터트렸다. 5회에는 앞선 이닝에서 대수비로 나섰던 고영민이 초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공 역시 한가운데 몰린 직구(145km)로 실투였다. 장거리 타자가 아닌 고영민이 대형 아치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한 코스만을 노리고 풀스윙을 했고, 때마침 실투가 들어와 줬기 때문이다.
현미경 야구를 바탕으로 한 '스몰볼'이 호쾌한 빅볼의 승리를 낳은 셈이다.
< 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