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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나에겐 문제 없다" 베어벡의 냉소

2007-07-26 12:06

어째 이 분들 뒤를 따를 듯...
 "한국 축구팬들이 아직도 만족을 못한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어벡 감독은 수요일(25일) 이라크와의 2007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패배는 모두에게 상처다. 베어벡 감독 역시 충격과 상심이 컸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 실망감이 묻어났다.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취재진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축구가 고전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전술에 대해 제기하는 의문들을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대표팀의 수장이 취할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라크전을 앞둔 기자회견장이었다. '지나치게 측면 지향적인 공격을 하는데 그 이유가 측면 공격 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대표팀의 미드필더와 전방 공격수들이 중앙에서 충분히 공격 전술을 소화할 역량이 안 되기 때문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베어벡 감독은 "아무래도 한국 기자들은 매주 K-리그 팀들이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모양인데 국제대회에선 한가지 시스템을 확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땐 언론에서 늘 스리백이냐 포백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더니 이제는 투톱이냐 스리톱이냐를 가지고 얘기를 하고 있다"며 비꼬았다.

 K-리그 클럽들은 그의 말처럼 매주 포메이션을 바꾸지 않는다. 한국 프로팀과 미디어에 대한 근거없는 비아냥이 섞인 대답이다. 질문의 요점과는 거리가 먼, 그냥 자기가 쏟아내고 싶은 불만을 빙빙 돌려서 한 말이다.

 또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지고 난 뒤엔 "만약 우리 경기 내용이 안 좋았다고 생각한다면 국제 축구가 어떤 건지 다시 한번 성찰해 봐야 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상대를 하대하는 인상마저 풍겼다.

 감독도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주위의 나쁜 평가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고수인지 하수인지가 판가름난다.

 최소한 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라면 대표팀에 대한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렇게 냉소적으로 대해선 안된다. 그건 한국 축구의 피고용자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하는 일이기도 하다. < 콸라룸푸르=권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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