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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전향' 지인진, "개보다 못한 세계 챔프였다" 격정 토로

2007-07-25 11:41

이 모습은 다시 못 보는 거야?


개는 주인이 밥이라도 챙겨주지,
1년 수입 달랑 920만원, 생활고 극심…
주인에 돈 벌어주는 현대판 노예였다.
 
◇ 지인진[사진=연합]
 "나는 개보다 못한 세계챔피언이었다!"

 종합격투기 K-1으로 진출한 한국 유일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지인진(34)의 충격 고백이다.

 지인진은 수요일(25일) 스포츠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개는 주인이 밥이라도 준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변변한 밥그릇 한 번 챙기지 못했다"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현대판 노예였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지인진의 사연을 들어보면 이런 얘기가 나올 만하다.

 지인진은 지난해 12월 로돌포 로페스(멕시코)를 물리치고 WBC(세계복싱평의회) 페더급 세계타이틀을 탈환했다. 당시 받은 대전료는 2만달러. 매니저 겸 트레이너와 나누고 세금을 빼고 나자 남은 돈은 1만달러(약 920만원)에 불과했다. 1000만원이 안되는 액수였다.

 지인진은 "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1년에 한 차례 정도만 타이틀매치를 치르니 생활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추진되고 있던 1차 지명방어전 대전료도 4000만원 정도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진에게는 2000만원 정도가 떨어진다. 결국 1년 동안 뼈빠지게 훈련하고 링에 올라 맷값으로 받는 돈이 2000만원인 셈이다.

 지인진은 세살배기 아들과 돌이 갓 지난 딸을 둔 어엿한 가장이다. 그는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다 까먹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마이너스 통장까지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토요일(21일) K-1 칸대회에 출전한 지인진의 복싱 선배 최용수는 경기 직후 마이크를 잡고 "지인진이 오죽하면 세계챔피언 벨트를 반납하고 K-1으로 진출할 생각을 하겠느냐"고 복싱계에 쓴소리를 했다.

 1990년대 초반 WBC 밴텀급 세계 챔피언을 지냈던 변정일씨도 "지인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복싱계를 지켜달라는 말을 차마 못 했다"고 말했다.

 지인진은 "K-1에 진출하려고 하니까 소속 체육관에서 '모두 다 죽자는 거냐'고 말했다. 계약 문제를 들어 소송까지 하겠다고 그랬다"며 "복싱계에 마지막 남은 애정마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한편, 지인진은 이날 오후 KBC(한국권투위원회)에 들러 한국프로복싱 사상 유례없는 '챔피언 은퇴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한보영 KBC 사무총장은 "지인진이 사실상 챔피언 벨트를 반납했다"며 "복싱에 대한 마지막 애정은 안고 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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