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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별육상] 손모아, "체조하기엔 키가 커서.."

2007-04-28 16:15

 요즘 한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엔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등장한다.

 "전 원래 체조선수였어요. 그런데 키가 점점 커지더니.."

 광고에는 키가 자라서 더 이상 철봉을 할 수 없는 소녀 이신바예바가 대신 장대를 잡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코치가 저보고 장대높이뛰기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미쳤나고 했죠. 근데 전 넘고 또 넘고, 이미 5m를 넘었죠."

 여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스무 차례나 갈아치운 이신바예바의 광고 대사다.

 국내에도 똑같은 길을 밟기 시작한 유망주가 눈에 띈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한 11명 중엔 손모아(16.서울체고)가 끼여있었다.

 서울체중 3학년 2학기까지 기계체조 선수를 했던 손모아는 서울체고 이식 감독의 끈질긴 구애 끝에 장대를 잡았다.

 고교 1학년인 현재 신장이 168㎝이지만 성장판이 열려있어 키는 더 클 수 있다고 한다.

 손모아는 이날 처음 장대높이뛰기 경기에 출전했다.

 2m60을 가볍게 넘더니 2m80, 3m까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3m20에선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 세 번 모두 실패한 채 돌아섰다. 첫 출전에 고등부 3위.

 박혜은(경기체고)이 3m30을 넘어 1위를 했다.

 손모아는 "키가 커서 체조보다는 장대높이뛰기가 유리할 것 같아 종목을 바꿨다. 이제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 규칙도 잘 모른다"고 했다.

 이식 감독은 "하체가 긴 체격 조건이 장대높이뛰기에 딱 맞다. 게다가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로 운동장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상체 근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장대높이뛰기는 육상과 체조가 결합된 종목으로 불린다. 일단 장대를 찍고 공중에 뜬 다음의 동작은 체조에 가깝다.

 현재 장대높이뛰기 한국기록(4m10)을 갖고 있는 최윤희(원광대)는 처음 장대를 잡았을 때 2m30밖에 넘지 못했다고 한다. 시작만 따져보면 손모아가 1m 가량 진도가 빠른 셈이다.

 이 감독은 "미국에 주문한 장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훨씬 약한 장대를 갖고 뛰었다. 장대 전문가들은 장비만 바꿔줘도 3m60~3m70은 거뜬히 넘을 재목이라 하더라"고 했다.

 처음 시작하는 자리가 항상 자기 자리는 아니라며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는 이신바예바.

 그녀의 꿈을 쫓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바라보는 손모아의 꿈은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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