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밭으로 효자노릇을 하면서도 재미없고 지루한 경기라는 오명을 얻은 국기(國技) 태권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제1회 실업연맹회장기 전국태권도대회가 이틀 일정을 마치고 13일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가 관심을 모은 건 난이도 높은 기술과 화끈한 공격력을 유도, 재미있는 경기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경기규칙의 적용이었다.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가장 눈에 띈 건 수비지향적인 경기운영을 차단하려는 15초룰이다.
5초간 공격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심이 '10초'를 선언한다. 이후 10초 동안 다시 상호 공격 및 반격이 없다면 양 선수 중 공격 의사가 없는 선수에게 1회 경고 후 2회부터 감점을 적용했다.
뒤차기와 돌개차기 등 고난이도의 회전기술을 이용한 공격에 대해서는 추가 점수를 줬다. 동점일 경우 서든데스로 진행되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난이도 높은 기술을 성공시킨 선수에게 승리를 안겼다.
경기장은 10x10m 정방형에서 지름 10m의 원형(78.5㎡)으로 바뀌면서 넓이가 20% 넘게 줄어 선수들로서는 경기 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15초룰 때문에 가만히 서 있다 반격으로 점수를 야금야금 따먹던 경기는 힘들어졌다.
고난이도 기술 시도도 크게 늘었다. 김태일 실업연맹 회장은 "보통 2분 3회전 한 경기에서 발차기 공격은 15차례 정도 이뤄졌는데 이번 대회 개인전이 열린 첫 날의 경우 세 배 가까이 늘어난 평균 42회 정도가 나왔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김세혁 삼성에스원 감독은 "예전에는 뒤후려차기나 돌개차기 등 화려한 기술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어지다 이번 대회에서는 부쩍 시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남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한국가스공사의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감학환도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려니 힘들었지만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밖에 없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가만히 서 있을 수 없다 보니 체력소모도 커졌다. 결국 기술이 좋고 체력도 뒷받침된 선수들이 유리하게 만들려는 연맹의 의도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첫 시도이다 보니 많은 경고로 경기 흐름이 자주 끊긴다, 15초룰 때 한 선수가 아닌 양 선수 모두에게 감점을 줘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지적들도 나왔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이사는 "보다 경쟁이 심한 대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규칙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15초룰이나 원형 경기장 사용 등의 성과에 대해서는 세계태권도연맹에도 도입을 제안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태일 실업연맹 회장은 "규정을 좀 더 다듬어 오는 9월 열릴 연맹 주최 대회에서는 팬들에게 제대로 심판받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