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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 효도르와 구슬땀..."처음부터 배우고 있다"

2007-04-13 08:22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31)이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진일보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레드데블' 격투기 도장에서 만난 이태현은 파란 색과 분홍색이 섞인 매트 위에서 동료 일곱 명과 함께 코치 두 명의 지도를 받으며 타격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던 50평 규모의 체육관은 20여 분이 지난 뒤 열기로 후끈거렸고 선수들은 금세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더위를 참지 못한 이태현은 결국 웃통까지 벗어 버리고 훈련에 다시 열중했다.

 가벼운 복싱으로 시작된 훈련 강도가 점점 높아졌다. 실전과 다름없는 스파링이 잇따르자 이태현은 힘에 겨운 듯 매트 위에 간간이 주저 앉아 숨을 고르기도 했다.

 쉴 틈 없이 진행된 두 시간 훈련을 소화한 이태현은 러시아에서 격투기기술을 배우는 것에 "나라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타격과 그라운드 기술 모두가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새로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현은 지난 달 23일 한국을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최강의 파이터로 꼽히는 프라이드 챔피언 표도르 에멜리아넨코(31), 그의 친동생 알렉산데르 등과 함께 하루 8시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소 표도르의 훈련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이태현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사소한 기술이라도 반복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챔피언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면서 "그는 혼자 연습을 하다 뜻대로 안되면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세계 최강은 그냥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도르는 평소 오후 훈련에 참가해 이태현과 함께 같은 매트 위에서 땀을 흘리지만 15일 'M-1 보독파이트' 대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느라 이날 체육관에 모습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이태현은 "전담 코치로부터 가장 많은 기술을 배우고 있지만 표도르와 동생 알렉산데르에게서는 타격 자세를 자주 교정받고 그라운드 기술도 전수받는다"고 말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7시에 기상해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태현은 크게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두 차례씩 강도 높은 훈련을 받다 보니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 130kg 넘게 나간 몸무게가 3주 만에 5kg이상 빠졌고 몸도 성한 곳이 없단다.

 이태현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킥복싱을 배우다가 맞아 왼발 전체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온몸이 타박상을 입었을 정도"라면서 "오늘 오전에도 상대와 스파링을 하다 초크(목 조르기)를 당해 코피까지 나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동료와 함께 훈련을 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면서 "몸 상태는 현재 70% 정도고 앞으로 10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애 첫 러시아 생활로 적지 않게 고생을 한 이태현이었지만 빠르게 현지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태현은 "해외로 나오면 일단 고생"이라고 말하면서도 "이제는 러시아 선수들과 친해지니까 그쪽에서 잘 가르쳐 주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장난도 함께 치고 간단한 러시아 말도 배운다"고 웃음을 지었다.

 또 "인터넷은 안되지만 노트북으로 노래를 듣거나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읽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라면서 "이제는 혼자 있는 게 익숙해 졌다"고 덧붙였다.

 이태현은 훈련시간이 끝나면 10평 남짓한 기숙사 방에서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보내는 데 노트북 외에는 가전제품이 전혀 없고 키 196cm에 딱 맞는 싱글 침대와 옷장이 사실상 전부다.

 내주부터 레드데블 선수들과 두 달 일정으로 모스크바 인근 산악지대로 떠나 합숙훈련에 들어갈 예정인 이태현은 마지막으로 "러시아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어렵게 훈련을 하고 있는 만큼 팬들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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