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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ML 통신] 탬파베이의 '새 희망' 류제국

2007-04-13 12:18

 2007년 메이저리그 시즌 초반 한국 선수들의 기상도가 마치 황사에 잔뜩 짓눌린 날씨 같습니다.

 맏형인 박찬호는 마이너리그로 추락하고, 김병현은 선발진에서 밀려났으며 최희섭과 추신수도 빅리그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그나마 서재응이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2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두 경기에서 1패만 당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유일하게 좋은 스타트를 끊은 선수가 류제국입니다.

 스프링캠프 초반 돌연 트레이드돼 시카고 컵스 대신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유니폼을 입은 류제국은 치열한 경쟁 끝에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시즌 첫 등판 토론토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행운의 구원승을 거두는 등 세 번의 구원 등판에서 아주 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류제국이 개막전을 빅리그에서 시작한 것도 처음이지만 첫 승리는 미국 진출 후 거의 6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류제국은 지난 2001년 6월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8월 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고교 시절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던 그는 박찬호의 대를 이을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과 사건, 그리고 체중 증가 등 우여곡절과 좌절도 많았습니다.

 특히 2003년에는 보호조류이던 물수리를 맞춰 요란하게 지역 언론을 장식(?)하고 팀을 옮기기까지 하는 곤욕을 치렀습니다. 2004년에는 팔꿈치 부상도 찾아왔고, 훈련을 게을리하면서 몸무게가 급속히 불어 구속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중순 스프링 캠프를 시작할 무렵 만난 류제국은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당시 그의 체중이 108㎏. 그러나 선배 서재응과 함께 운동과 달리기를 열심히 하면서 체중은 105㎏까지 빠졌습니다. 체지방은 훨씬 많이 빠졌지만 근육이 붙어 그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류제국은 스피드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매일 6~7㎞를 뛰고 3일에 한 번씩 트레이너와 하체 강화 훈련을 하면서 롱 토스로 손목과 어깨 등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훈련을 스스로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류제국은 "고교 졸업 후에는 정말 맹목적으로 야구를 해왔는데 야구를 다시 즐겁게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재응이형이다"라며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매일 매일 즐겁게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훈련과 마음 자세를 모두 바꾼 덕분인지 지난 경기에서 류제국의 최고 구속은 150km가 나왔습니다. 캠프 초반만 해도 145km가 안 나오던 구속이었습니다.

 이제 24세인 류제국은 잊혀진 유망주에서 새롭게 탬파베이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본지 해설위원 mink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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