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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연맹 "온 국민이 지켜본다"

2007-04-02 14:59

 대한육상경기연맹이 10년 만에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2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모인 신필렬 육상연맹 회장과 연맹 이사진 20여 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영상물을 봤다.

 케냐 몸바사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하고 돌아온 대구 유치단이 지난 달 27일 현지에서 최종 프리젠테이션(PT)을 한 내용이었다.

 이어 대구시와 유치위원회가 그동안 어떤 식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이 대회를 따내왔는지 설명도 들었다.

 박수치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육상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육상연맹이 뛰어야 합니다."

 신필렬 회장의 다짐이 터져나오면서 육상연맹 이사들은 심각해졌다.

 하계올림픽, 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경쟁한 끝에 유치해오긴 했지만 한국 육상의 현 주소는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이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동안의 안일함을 자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실 육상연맹 부회장은 "경기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대회를 유치해놓고 최소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성적은 내야 하지 않느냐. 다들 돌아가면 지도자들과 더 고민을 해보라"고 말했다.

 육상연맹 자체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법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한 이사는 현장의 볼멘 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현장 지도자들은 연맹이 자꾸만 성적을 내라고만 할 뿐 정작 지원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육상이란 종목에서 이승엽보다 잘 뛰는 선수가 있다면 그 만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게 가능합니까."

 분과위원장 중 한 명이 다시 힘을 냈다.

 "예산이 없더라도 최고의 계획을 짜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유치국이니까요."

 몇몇이 힘을 보탰다.

 2011년까지 4년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보다 앞서 40년, 400년 뒤를 내다보고 이 참에 제대로 된 중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회장은 "육상연맹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이사들을 다그쳤다.

 육상연맹은 이날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 육상을 단숨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시킬 '묘책'을 내놓지 못했다. 애초부터 그런 방안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대신 육상연맹은 분과위원회별로 연구를 하고 2주 뒤에 다시 모이자고 했다. 이것만 해도 그냥 한 번 모였다 흐지부지되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준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육상연맹이 어떤 청사진을 꺼내들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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