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 괌의 레오팔레스 리조트에 전훈 캠프를 차린 삼성. 3년차를 앞둔 투수 오승환은 선배이자 베테랑 포수인 진갑용과 룸메이트다. 둘은 지난 2년간 최고의 순간을 함께 맛본 배터리다.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 덩치 큰 진갑용이 오승환에게 펄쩍 뛰어 안겼고, 지난해 우승 때에는 오승환이 진갑용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제아무리 절친한 선후배라 하더라도 74년생 진갑용과 82년생 오승환은 엄연히 방장-방졸의 관계. 3~4일에 한 번씩 쌓이는 빨래는 당연히 오승환의 몫이다. 유니폼은 호텔에서 단체로 세탁해주지만 반바지 같은 사복과, 사제 양말 등은 선수들이 다른 건물에 있는 빨래방에 가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
17일 밤 둘의 방으로 국제전화를 했더니 진갑용이 "어, 승환이는 빨래 하러 갔는데요"라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나 다시 전화를 돌렸더니 그제야 오승환이 받는다.
"세탁기 돌리고 말리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오승환의 얘기에 "기다리느라 지루하겠다"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아뇨, 심심하지 않아요. 밤 10시까지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열기 때문에 거기 가서 운동하고 세탁실로 다시 가면 딱 좋습니다."
세탁기가 도는 동안 다른 건물에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니, 열의가 놀라울 뿐이다. 오승환의 우람한 팔 근육은 이 같은 진지함 덕분일까.
전화기 너머로 진갑용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쫄따구(졸때기)는 쫄따구야~. 그럼 내가 빨래하리~." 오승환은 웃으며 "프로 와서 임창용 선배, 심정수 선배, 진갑용 선배와 룸메이트를 했는데 모두들 잘 해주신다"고 말했다. <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