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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 방송광고'에 체조인들 공분

2004-12-15 12:09

 여자 기계체조 이단평행봉 연기 모습을 담은 방송광고를 둘러싸고 체조인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공분을 산 광고는 모 제과업체가 최근 내놓은 감자칩 광고로 잇따라 5차례 여자 체조선수들이 이단평행봉 연기 중 봉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광고는 '네 손에 기름기를 묻히지 말라!'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감자칩을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수 및 선수들의 가족, 지도자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 위험한 장면을 희화화하고 있다는 데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여자 4개 종목 중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는 것이 이단평행봉이다.
 실제로 지난 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당시 국가대표였던 김소영(34)씨가 봉에서 추락해 척수를 다치면서 1급 지체장애인이 되기도 했다.
 가까이는 지난 6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KBS배대회에서도 한 한국체대 선수가 이단평행봉에서 추락해 응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김진성씨는 대한체조협회 게시판을 통해 "체조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다"며 "동생이 기계체조 선수라 그 힘든 과정과 연기를 하는 자세와 마음을 안다. 피나는 훈련을 통해 비인기종목에서 열심히 하는데 체조선수들의 실수연기를 버젓이 웃음거리로 만들며 과자를 판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조인들이 화를 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체조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켜 그렇지 않아도 선수층이 얇아 침체를 벗어날 돌파구가 없는 여자 체조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생각에 있다.
 민아영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팀 코치는 "비인기종목으로 침체돼 있어 그렇지 않아도 서운한데 우리를 웃음거리로까지 만들었다"며 "어떤 면으로 봐서도 여자체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광고"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협회는 체조인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따라 14일 "체조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체조 육성발전을 저해하는 광고를 즉각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제과회사와 광고대행사에 보냈다.
 협회는 "광고에 등장하는 외국 선수 및 코치들에게 광고방영 사실을 알려 초상권을 보호하도록 하고 선수들의 소속 국가연맹을 비롯해 국제체조연맹(FIG) 등과 연계해 피해의 구제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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