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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블] 꼴찌 탈출 부천 '정해성감독 삭발 있음에'

2004-10-07 11:47

 ◎…"이번엔 확 밀어버릴까요?"
 부천 SK가 K-리그 후기리그 대전과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 꼴찌서 9위로 도약한 지난 수요일(6일) 밤 부천종합운동장.
 아시아청소년선수권 한-일전 때문에 관중석은 썰렁했지만 부천 선수들의 감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2개월여동안 느껴보지 못한 승리의 순간이었으니 오죽했을까.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듯 이날 부천의 승리는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정해성 감독의 기이한 삭발 투혼이 배후에 있었다. 지난 3일 인천과의 원정경기서 1대3으로 대패하며 최하위로 밀린 정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을 끝낸 뒤 조용히 이발소로 갔다. 그리고는 2대8 가르마로 늘 단정하게 유지해왔던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밀어버렸다. 전기리그때 아무리 성적이 나빴어도 꼴찌로 떨어진 적은 없었기에 충격이었다. 추석연휴를 반납하며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 온 터라 더 그랬다. 그렇다고 팀 사정을 뻔히 알면서 선수들만 탓할 수도 없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느니 먼저 자신에게 채찍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바리캉'을 머리에 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튿날 정 감독의 밤송이 머리를 보더니 GK 조준호 변재섭 등 선수들이 하나둘씩 꽁지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나는 게 아닌가.
 정 감독은 그럴려고 삭발한 게 아니었지만 감독의 심정을 알아주는 후배들이 고마웠기에 그냥 뒀다. 대전전에서 효과를 본 정 감독은 "이길 수만 있다면 온몸의 털을 다 밀어버려도 좋다"며 너스레다. < 최만식 기자 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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