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장내장외] 두산의 힘 '왁자지껄 회의'

2004-07-28 12:05

 ◎…"방망이 슬럼프요? 걱정마세요. 금방 불을 뿜을 거에요." 두산 타자들이 '슬럼프 끝'을 장담하고 나섰다. 27일 잠실 롯데전에서 산발 안타 5개만을 치는 등 아직 잠에서 덜깬 상태지만, 그들의 '믿을 구석'은 일명 '좌 (안)경현, 우 (홍)성흔' 회의.
 경기 직전 약 20분간 벌어지는 타자들의 회의 주최자는 최훈재 타격코치다. 최코치의 왼쪽에는 고참인 안경현이, 오른쪽에는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이 앉는다.
 회의 준비물은 당일 상대 투수에 대한 자료. 매 경기후 최코치가 나눠주는 프린트물을 선수들은 차곡차곡 모아와야 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그날의 상대 투수 공략법을 논의한다.
 이 전력회의의 특징은 막상 주최자이자 '짱'인 최 코치에게는 발언권이 없다는 것. 최 코치가 '강의'를 시작하기만 하면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회의 시간이 낮잠 시간으로 돌변하는 것.
 단연 빅 마우스는 '오버맨' 홍성흔. 그러나 홍성흔은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내용들만 길게 말한다. 뜬금없이 "우리 오늘 잘하도록 기도합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평소에는 '썰렁한 농담맨'이지만, 의외로 이 회의에서 만큼은 핵심을 집어내 발표하는 선수는 역시 고참 안경현이다. 톱타자 전상열은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다가 말을 시키면 얼굴을 살짝 붉히며 수줍어 한다.
 연승중일 때는 회의를 쉬기도 하지만, 곰돌이들은 지난 주말 LG를 상대로 3연승을 하는 동안 한번도 회의를 거르지 않았다. 그 직전의 7연패 때문에 갈 길이 바쁘기 때문.
 요즘엔 곰돌이들이 더 눈빛을 반짝이고 있다. 시즌초부터 앓아온 '거인 콤플렉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똑똑한 회의'로 난국타개를 시도하고 있는 두산. 이들이 과연 현명하게 '거인'을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영주 기자 sun@>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