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시시콜콜 그라운드] 권명철의 곰같은 힘

2004-07-09 12:17

◇2004.03.17 한화-두산 시범경기 권명철 [대전=홍찬일기자 hongil@]

 곰 발바닥에 땀이 났다. 좀체 식을 줄 모른다.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고 1등이 되더니 잘도 지켜 나간다. 올해 전반기는 이렇게 끝날 듯 하다.
 '잘 나가는 곰우리'의 중심에 서있는 맏형 곰은 올해 서른다섯살의 '늙은 선수' 권명철.
 권명철은 올해 딱 한 경기에 나갔다. 4월4일 광주 개막전인 기아전에 나가 2⅓이닝 동안 12명의 타자를 상대로 57개의 공을 던져 3안타를 맞고, 4구 2개를 허용하고, 삼진 4개를 잡아내면서 3실점. 공식 방어율이 무려 11.57이다.
 이게 전부다. 그 뒤 권명철은 경기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팀과 함께 원정길에 나서고, 홈 경기에 참여한다.
 조금 부지런한 팬들은 여전히 권명철의 모습을 본다. 경기 전 훈련 때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 배팅볼을 던져주고, 공도 줍고, 후배들 뒤치닥거리를 한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권명철을 '선수가 아닌 코치'로 예우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등록된 선수 신분은 그대로이지만 팀내 역할은 코치와 똑같다.
 권명철의 배팅볼은 두산을 '타격의 팀'으로 각인시킨 밑거름이었다. 8일 현재 팀타율 1위(0.284). 부상에서 벗어나 올해 잘 하고 있는 김동주나 홍성흔부터, 무명의 손시헌까지 권명철의 배팅볼로 타격 감각을 조율하면 방망이는 더욱 날카로워진다.
 이 뿐 아니다. 권명철은 경기 전후 필요하다고 인식되면 투수 미팅을 주재한다. 팀내 최고참 투수로서 후배들의 정신을 강하게 휘어 잡는다.
 김경문 감독의 인내심은 영향력 있는 권명철을 만들었고, 팀 성적 상승과 맞아 떨어졌다.
 권명철은 떠돌이다.
 인천고→인하대를 거쳐 지난 92년 OB에 입단할 때는 무척이나 당당했다. 93년 2년생 징크스를 무시하며 10승(8패) 투수로 등극했다.
 그러나 98년 크리스마스 이브 처음으로 보따리를 쌓다. 서울을 떠나 호남선을 타고 광주로 향했다. 지금 두산의 타격코치인 최훈재와 맞트레이드됐다.
 권명철의 이력에는 1999년이 없다. 해태에서 이적 첫 시즌을 맞았지만 한게임도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2000년 3월24일 다시 인천으로 옮겨 SK 유니폼을 입었다. 3년간의 SK 생활은 그저 그랬다.
 옛날의 곰 우리로 돌아온 것은 2003년. 주로 중간계투로 40게임에 나가 방어율 4.20과 3승3패 1세이브를 기록했다.
 권명철은 2003년까지 통산 12년 동안 242게임에서 방어율 3.94와 45승45패 1세이브 3홀드를 남겼다. 그리고 올해의 성적, 한 경기를 합하면 선수 생활의 통산 성적은 끝이다.
 지금 권명철은 즐겁다. 할 일이 있고, 한 일에 대해 인정받기 때문이다. 진정한 땀의 의미를 배워나가고 있다. < 전문기자 chang@>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많이 본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