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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진의 데스크칼럼] 유럽과 한국축구의 차이

2004-06-29 12:04

 경제가 엉망인데다 날씨까지 후텁지근해 더욱 짜증이 난다. 거기다 죄없는 우리의 젊은이 김선일씨까지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살돼 더욱 울화가 치민다. 그런 가운데 요즘 많은 사람이 축구로 시름을 달래고 있다. 유로 2004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축구마니아는 유로 2004가 없었다면 올 여름이 정말 따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은 물론이고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유로 2004도 이제 4강으로 압축돼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피구를 앞세운 개최국 포르투갈이 끈끈한 응집력으로 베컴과 오언, 루니가 버틴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침몰시키고 4강에 선착한 데 이어 올림픽 개최국 그리스는 지단, 앙리 등으로 무장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위 프랑스를 집으로 보냈다. 또 우여곡절 끝에 4강에 오른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 불세출의 스타 바로스를 앞세워 이번 대회 최강의 전력을 뽐내고 있는 체코의 앞으로의 발재간이 주목된다.
 지난 보름여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유로 2004를 뜬눈으로 지켜보며 느낀 몇가지를 적고자 한다.
 우선 우리 축구와 다른 점은 선수들의 정교한 볼 트래핑이다. 언제 어디서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볼을 발바닥 밑에 잡아놓는다는 점이다. 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 간의 간격이 극단적으로 좁혀진 초압박축구를 구사하는 현대축구의 경향으로 볼 때 볼키핑은 다음 동작을 전개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들의 발은 슈팅을 방불케 하는 강한 패스도 마치 접시 위의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처럼 멈추게 하는 요술을 지녔다. 채 20m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의 이런 볼 트래핑은 둔탁한 볼처리에 화가 난 우리 축구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마치 발로하는 핸드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잠시도 볼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스피디한 축구다. 옆사람과 잡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경기운영은 분명 한국축구와는 다른 점이다. '스포츠가 인간을 매료시키는 이유는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묘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어느 미학자의 말을 연상케하는 무대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빠르고, 오랫동안 상대와 몸을 부딪치며 달릴 수 있을까'라고 감탄하며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능력밖의 초능력이란 점이 우릴 매료시킨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한국축구와는 다른 차원의 재간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도 축구광이다. 그저 그런 축구로는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90분, 심지어는 120분을 줄기차게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갖추지 못한 느림보 축구는 이제 더이상 팬들을 매료시킬 수 없다. 또 골목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둔탁한 볼트래핑으론 정교한 세계축구의 벽을 넘을 수 없다. 한국축구도 아시안컵, 올림픽, 독일월드컵 예선 등 큼지막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과제인 볼 트래핑과 스피드를 갖추지 못하고선 지역예선 통과가 그 한계일 것이다. 이번 유로 2004를 보면서 세계축구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고, 한국축구는 수리의 기본인 구구단을 무시하고 삼각함수를 풀려고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스포츠총괄 부국장 겸 스포츠부장ㆍe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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