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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야구세상] 야구와 컴퓨터

2004-06-01 12:43

 야구장에 가면 선수단 점퍼를 입고 관중석에 앉아 열심히 노트북과 씨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각 구단의 전력분석요원들이다.
 즉석에서 컴퓨터를 통해 상대 투수가 던지는 공의 스피드, 구질, 코스 등을 기록하며 투구 패턴을 분석하는가 하면 데이터 베이스로 파악한 타구 방향 등을 덕아웃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알려준다. 어느새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단순히 감각에 의존해 던지고, 때리던 시대를 '똘똘한 컴퓨터'가 확 바꿔 놓은 셈이다. 이렇게 시나브로 컴퓨터는 없어선 안 될 야구단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원정 경기가 잦은 프로 선수들은 '컴퓨터족'이 많다.
 일본 지바 롯데 2군에서 1군 재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는 이승엽도 집에선 컴퓨터를 끼고 산다. 운동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즐긴다. 최근에는 아내 이송정씨가 '게임 금지령'을 내릴 만큼 푹 빠져 있다.
 국내의 젊은 선수들도 노트북을 들고 원정길에 나서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언젠가 우리 팀의 한 선수가 운동장에 나왔는데 눈이 충혈된데다 쑥 들어가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너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밤새 컴퓨터 게임을 했다는 겁니다."
 기아 김성한 감독은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옛날에는 눈 나빠진다고 책도 보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뿐 아니라 때론 심야 채팅의 수단으로 컴퓨터가 이용되다보니 점점 눈은 혹사 당한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에게 눈은 생명이다. 지난 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극적인 3점홈런 등으로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던 어우홍 감독은 한때 훈련에 앞서 '안구 운동'까지 시켰을 정도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빠른 공을 때려 내려면 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밤새 컴퓨터로 게임이나 채팅을 하느라 눈을 망쳐 놓는다면….
 '똘똘한 컴퓨터'도 쓰기 나름이다.
< 전문기자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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