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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의 일본축구산책] 빗셀 고베의 구세주들

2001-11-27 12:08

iv ID="Menu3">  톡 까놓고 얘기해서 빗셀 고베는 별 볼일 없는 팀이다. 성적도 성적이려니와 여학생 팬들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할 스타도 없다.
 지난 97년 J리그 참가 이후 지금껏 1부리그에 버티고 있긴 하지만 성적표를 들춰보면 가관이다. 97시즌 17개팀 중 전기리그 14위-후기리그 꼴찌, 98시즌 18개팀 중 전기리그 17위-후기리그 14위다. 늘 바닥에서 허우적대기만 했다. 처음엔 다 그렇다 치자. 하지만 99시즌(16개팀 중 전기 12위-후기 7위), 2000시즌(16개팀 중 전기 7위-후기 14위)이라고 별반 달라진 것도 없다. 99시즌 후기리그서 7위에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승률 5할(7승3무5패)을 넘긴 게 최고의 성적이니 '명문'이라는 단어와는 애당초 담을 쌓은 듯하다.
 어디 그 뿐인가. 매시즌 1-2부리그 경계선에서 헐떡거리다 간신히 2부리그 추락을 면하곤 했다. 올시즌 성적도 별 볼일 없다. 후기리그서 3승5무7패로 16개 팀 중 13위. 그나마 전기리그서 쌓은 성적(10위ㆍ6승2무7패) 덕분에 최종순위 12위를 마크, 또다시 위기를 모면했다.
 사실 돈도 없다. 김도훈이며 최성용이며 하석주의 등을 차례로 떼민 이유도 돈이었다. 하석주를 내보내면 그 돈으로 어지간한 용병 서너명은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소속팀 선수들의 연봉은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 2부리그로 갔어도 옛날에 갔을 일이다. 한데 용케도 1부리그에 버티고 있다. 이유가 뭘까.
 고베에는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구세주가 있었다. 지난 시즌엔 하석주가 그 주인공이었다. 다들 2부리그로 떨어진다고 했을 때 하석주는 아픈 발목에 진통제를 맞아가며 투혼을 살랐고, 거기에 감동한 동료들이 죽을 힘을 쏟아 2부리그 추락을 막았던 것이다.
 이번엔 '일본의 축구영웅' 미우라(35)가 팀을 건져냈다. 스트라이커로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로 기량이 떨어지는 동료들의 열악한 지원을 받아가며 11골을 기록, 고베를 1부리그에 잔류시켰다. 내년이면 36세. 그래도 은퇴 얘기는 죽어도 꺼내지 않는 미우라다. 일본 팬들이 다 늙은(?) 미우라를 영웅으로 모시는 이유도 이런 불같은 투지와 카리스마에 있다. 〈 kk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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