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타석 홈런과 59경기 연속 출루, 13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과 시즌 90승을 돌파한 무적팀의 탄생. 성년을 눈앞에 둔 열아홉살 프로야구는 2000년 그라운드에 귀중한 기록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2년만에 뜻을 꺾는 양대리그의 마지막해, 출범 19년만에 엉거주춤 선수들의 단결체가 탄생한 첫 해. 여기에 프로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시드니올림픽서 첫 메달꿈을 이뤄낸 영광의 해라는 이름까지. 2000년 그라운드의 여러 표정을 만들어낸 야구판의 '뉴스메이커'들을 돌아봤다. < 편집자주> |
▲현대 박경완 2000년 그라운드의 '기록의 사나이'. 프로야구 출범 19년만의 첫 기록인 4연타석 홈런을 작성해냈고, 포수 첫 40홈런을 돌파했다. 연습생 출신으로 데뷔한지 10년만에 페넌트레이스 MVP 정복. 맨손에서 출발해 최고에 오르기까지 숨겨진 땀과 눈물의 드라마로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보다 먼저 홈런왕에 올랐던 유일한 포수인 이만수(83∼85년, 당시 삼성)가 시종 호쾌한 장타의 공격형으로 인기를 얻었던 것과 달리 박경완은 탄탄한 기본기의 수비형으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안정된 블로킹과 투수리드로 최강 유니콘스 마운드를 내조한 공까지 톡톡히 평가받은 공수겸장의 안방마님. 단연 최고의 주가로 21세기를 시작한 행운의 스타다. |
▲정대현 시드니올림픽이 탄생시킨 최고의 깜짝 스타. '드림팀Ⅲ'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였지만 어느 프로 선수보다 짙은 인상을 남겼다. 트리플A 선수를 주축으로 사상 최강의 아마추어 국가대표팀을 출전시켜 우승까지 거머쥔 미국이지만 듣도 보도 못한 투수에게 두번이나 당한 수모는 잊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전 두차례 선발 등판에서 13⅓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솎아내며 9안타 2실점으로 막아 1.35의 왕소금 방어율. 땅에서 솟아나오는 듯한 언더스로 특유의 구질은 푸른 눈에 '마구'로 비쳤다. 올림픽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계약금 3억5000만원과 옵션 1억원, 연봉 2000만원 등 총액 4억7000만원의 특급 대우로 SK에 입단해 내년시즌 두번째 돌풍을 꿈꾸고 있다. |
▲김응용 'V9 신화'를 일군 거장의 혈관에 이제는 푸른 피가 흐른다. 지난해 삼성 이적설로 프로야구판을 뒤흔든지 꼭 1년만에 결국 삼성은 '코끼리'에게 푸른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계약금 3억원에 연봉 2억원의 조건으로 사상 최초로 5년간 계약, 총액 13억원의 몸값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시리즈 정상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없는 삼성의 '우승 청부사'. 본인도 “우승 시키러 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해태 시절의 코칭스태프까지 싹쓸이해 몰고와 '삼성 타이거즈'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그의 머릿속에 든 그림은 딱 한가지. 삼성 선수들의 손에 이끌려 육중한 체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
▲송진우 송진우에게 2000년은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는 해였다. 올초 선수협 발족과 함께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지난 99년 FA(자유계약선수) 1호로 3년간 7억원에 계약해 세간을 놀라게 하더니 선수협 활동 와중에서도 야구만은 기막히게 했다. 노히트노런과 승률왕(13승2패)에 오른 것은 ‘타의 모범’으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 20일 구단의 선수협 집행부 방출 조치로 유니폼을 반납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한화 송진우’에서 ‘선수협 회장’ 송진우로, 그의 투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을 뿐이다. |
▲김기태-홍현우 프로야구가 시즌을 접고 선수협 사태가 다시 불거질때까지 야구판의 ‘화두’는 단연 거물급 FA(자유계약선수)의 행보였다. 김기태(삼성)와 홍현우(LG)를 잡기 위해 구단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삼성은 김기태를 묶어두기 위해 4년간 18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었고, 홍현우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해태를 뒤로 하고 4년간 18억원을 받고 LG에 둥지를 틀었다. 둘을 잡기 위해 잔뜩 벼르던 신생팀 SK는 결국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격이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FA의 몸값은 구단의 허리를 휘게 하는 역기능도 있었지만 ‘선수생명 연장’이라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었다. |
▲이치로 '일본 최고의 타자에서 메이저리거로'. 2000시즌 일본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이치로(27ㆍ시애틀)였다. 올시즌 타율 3할8푼7리로 퍼시픽리그 역대 최고타율을 기록한 이치로는 3년간 1400만달러(약 168억원)를 받고 일본인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지난 94년부터 '7년 연속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3년 연속 리그 MVP(94∼96년)'까지 그의 이름 앞에 붙은 타이틀은 눈부시다. 올초 TV 아나운서와 결혼한 이치로는 지난 98년 가을부터 세살 연상의 유부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스캔들이 주간지에 폭로돼 장외에서도 화제를 뿌렸다. |
▲알렉스 로드리게스 '연봉 2000만달러 시대 개막'. '빅뱅'을 연상시키는 메이저리거들의 '몸값 폭등' 현상. 그 중심에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ㆍ25)가 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FA(프리에이전트)로 꼽힌 로드리게스는 10년간 2억5200만달러(약 3024억원)의 조건으로 텍사스에 둥지를 틀었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액을 챙긴 로드리게스는 연봉 2000만달러를 넘긴 최초의 선수가 됐다. 로드리게스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3할1푼6리에 41홈런, 132타점. 9시즌 동안 통산 189개의 홈런을 쳐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