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분위기에 들떠있던 28일 서울 강남 A호텔의 피트니스 센터. 오늘도 손 혁(27·해태)은 지난 1년 동안 떠나있던 마운드를 꿈꾸며 바벨을 들어본다. 하지만 유난히 어깨에 힘이 없어보인다.
"병규야. 나 이러다 내년에도 놀아야 되는 것 아니냐." 유일한 말동무인 후배 이병규(LG)에게 고민을 슬쩍 흘려본다. 세상에 그늘이라곤 없어보이는 이병규 왈. "형. 내년에는 내가 같이 놀아줄께."
지난 3월 LG 구단에서 유니폼을 반납하고 광주로 내려가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야구장쪽을 향해 오줌도 누고 싶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저는 제 피부빛이 줄무늬인줄 알았거든요." 난생 처음 정든 동료들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야구를 관두겠다"고 엉겹결에 말해버렸다.
쉽게 잊혀질줄 알았다. 미트를 때리는 경쾌한 파열음과 관중들의 함성. 하지만 야구가 천형이며, 그의 혈관에 '녹색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다. "야구란 게 참 웃겨요. 마약도 이런 마약은 없을 거예요."
이달초 해태 김성한 감독에게 "다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너는 꼭 돌아올 줄 알았다"는 김감독은 조용한 미소로 그를 반겼다. 그리고 곧장 상경해 바벨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꼬여들었다. 선수협 파동으로 "내년부터 프로야구가 문을 닫는다"는 흉흉한 소문들이 난무한다. 아직 해태 구단에서 임의탈퇴 공시를 풀지 않아 그의 신분은 여전히 무적선수. "답답해요. 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루라도 빨리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 류성옥 기자 watchdog@〉
"병규야. 나 이러다 내년에도 놀아야 되는 것 아니냐." 유일한 말동무인 후배 이병규(LG)에게 고민을 슬쩍 흘려본다. 세상에 그늘이라곤 없어보이는 이병규 왈. "형. 내년에는 내가 같이 놀아줄께."
지난 3월 LG 구단에서 유니폼을 반납하고 광주로 내려가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야구장쪽을 향해 오줌도 누고 싶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순진한 생각이었다. "저는 제 피부빛이 줄무늬인줄 알았거든요." 난생 처음 정든 동료들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야구를 관두겠다"고 엉겹결에 말해버렸다.
쉽게 잊혀질줄 알았다. 미트를 때리는 경쾌한 파열음과 관중들의 함성. 하지만 야구가 천형이며, 그의 혈관에 '녹색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다. "야구란 게 참 웃겨요. 마약도 이런 마약은 없을 거예요."
이달초 해태 김성한 감독에게 "다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너는 꼭 돌아올 줄 알았다"는 김감독은 조용한 미소로 그를 반겼다. 그리고 곧장 상경해 바벨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꼬여들었다. 선수협 파동으로 "내년부터 프로야구가 문을 닫는다"는 흉흉한 소문들이 난무한다. 아직 해태 구단에서 임의탈퇴 공시를 풀지 않아 그의 신분은 여전히 무적선수. "답답해요. 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루라도 빨리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 류성옥 기자 watch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