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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석희 논란' 베이징 적신호? 한국쇼트트랙 새 희망 이유빈, 평창 불운 딛고 베이징 정상 간다

류동혁 기자

입력 2021-12-29 15:42

수정 2022-01-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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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석희 논란' 베이징 적신호? 한국쇼트트랙 새 희망 이유빈, 평창 불…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이유빈. 사진제공=어썸프로젝트컴퍼니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세계최강 한국 쇼트트랙은 지금 위기를 맞았다. 간판스타 '심석희 논란'으로 내부 균열이 심각하다. 간판 스타 심석희는 '2개월 자격정지'를 받아 코앞으로 다가온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이 쉽지 않다.



동계올림픽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저력은 여전하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이 있다. 약 4년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지는 '불운' 속에서 악착같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이유빈(21·연세대)이다.

4년이 지났다. 이제 농익었다. 지난 11월말 열린 월드컵 4차시리즈 1500m 금메달. 이번 시즌 이 종목 최강자로 떠올랐다. '경례 세리머니'는 강렬한 인상까지 남겼다. 아직까지 단체전에만 출전할 수 있지만, 심석희와 김지유(발목부상)가 베이징대회 출전이 불투명함에 따라 개인전에도 나설 수 있다. 날카로운 기세를 다듬으며 진천선수촌에서 차분히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빈을 2021년 끝자락, 전화통화로 만났다. 직접 만나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대면 접촉이 불가능했다. 이유빈은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두번째 올림픽 준비를 조곤조곤 얘기했다. ─쇼트트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부천 상미초 3학년 때 시작했어요. 오빠(단국대 이준서) 따라 하다 보니까, 선수반까지 가게 됐어요. 이후 매년 목표를 가지고 경기를 뛰었고, 결국 여기까지 왔어요.

─주니어 대회에서 2016년에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2017년 인스부르크에서 4관왕을 차지, 최강자가 됐네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16년에는 중학생이었어요. 첫 국제대회였고, 감각도 온전치 못했어요. 외국 선수와의 경기가 처음이었어요. 이후 다른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결국 인스부르크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됐어요.

─평창동계올림픽 3000m계주에서 넘어졌지만, 사력을 다해 터치하려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고, 최민정 선수와 터치를 하자마자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라는 생각만 했어요. 다른 언니들이 (얼음을)너무 잘 타줬어요. 결선에서 복잡한 마음은 없었어요. 5명이 다같이 힘을 모아 뛰는 것이 계주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제일 어렸고, 넘어졌기 때문에 멘탈 자체가 무너져 있었고, 결선에서 언니들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섭섭함은 없었어요. 그냥 긴장되는 마음만 더 컸었던 것 같아요.

─평창동계올림픽 때 넘어진 이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정말 그때는 그만둘까 생각이 많았어요. 선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위기였어요. 결과는 좋았지만, 1년 동안 열심히 운동했는데, 코너를 돌다가 넘어지는 큰 실수를 했으니까요. 운동에 흥미를 잃었어요. 휴식기를 좀 길게 가져갔어요.

─2018~19시즌 국가대표 1차 선발전 1000m 준결선에서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했어요. 당시 심경은 어땠나요.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은데, 넘어지고 나서 발목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냥 타박상이구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했어요. '뭘 해도 안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른 발목 인대가 좋지 않은데, 확 꺾였어요.

─2019~20시즌 국가대표 1차 선발전 10위를 기록했는데, 2차 선발전에서 극적으로 국가대표에 승선했어요. 전환점이었나요.

▶오래 쉬고 난 뒤 새로 시작한 시즌이었어요. 당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회복을 위해 운동에 집중하기 보다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고등학교 2학년 학교 생활도 온전히 하면서 친구도 많이 만나고, 열심히 축제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운동은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했는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어요. 그런데 경기를 뛰다 보니까, 점점 몸상태와 경기 감각이 올라오면서 마지막에는 자신감있게 레이스를 펼쳤어요.

─1000m가 주종목인데, 1500m 월드컵 4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국내대회 1000m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고, 1500m는 월드컵시리즈에서 잘 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계속 타면서 감각이 올라오니까, 쉽게 쉽게 탔었던 것 같아요.

─이번 월드컵시리즈 1500m에서 최강 자리에 올랐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믿기지 않았어요. 선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랭킹 1위라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부모님이 육상 선수 출신이네요.

▶어머니는 허들 출신이고 아버지는 400m 단거리 출신입니다. 그런데 제가 러닝을 잘 못해요. 체력은 괜찮은 편이고, 레이스를 풀어나가는 감각과 센스가 좋은 점은 있는데, 단거리에서 절대적인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오빠가 8월 해군에 입대, 월드컵시리즈 우승 이후 거수경례 세리머니가 화제가 됐는데,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하실건가요.

▶오빠가 '군대 선임 분들도 경기를 보고 있다면서 입상하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베이징에서는 오빠 하는 거 봐서 결정할 생각이에요.(웃음)

─일단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출전이 확정됐지만, 개인전 출전 가능성도 높은데요.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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