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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 체육쌤스토리]체육이 세상의 중심, '정섭쌤'의 '개똥철학'

신보순 기자

입력 2021-12-15 16:15

수정 2021-12-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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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이 세상의 중심, '정섭쌤'의 '개똥철학'
김정섭 선생님이 체육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리듬바스켓트레이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정섭

올해로 학교체육 최고 권위의 '학교체육대상(주최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주관 학교체육진흥회, 후원 대한축구협회 SK텔레콤 스포츠조선)'이 6회째를 맞았습니다. 코로나로 아쉽게 시상식은 갖지 못했지만, 학교체육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한 선생님, 학교, 단체를 찾아 응원과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심장을 뛰게 해주고, 열정을 안겨주고, 배려와 인성을 가르쳐 준 '체육쌤'들. 그 '심쿵' 체육쌤들의 이야기를 다함께 들어봅니다.





▶세상의 중심이 지덕체에서 체덕지로!-김정섭(갈뫼중) 쌤스토리

선생님은 자신의 학교체육철학을 'JS 개똥철학'이라고 했다.

"왜요?"

웃으면서 그냥 "겸손하게…"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다고 했다. '정섭쌤'의 개똥은 약이 아니더라도 귀하다. 아주 귀한 학교체육철학이다.

"우리 교육은 '지덕체'를 강조한 전인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지식과 지혜의 '지', 인성과 역량을 높이자는 '덕', 실천을 강조한 '체'를 두루 갖추는 것이죠. 하지만 아는 것보다 실천이 우선해야 하고, 가치와 인성을 강조하지 않은 지식은 무의미 합니다. 그래서 '지덕체'가 아닌 '체덕지'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중심이 되는 체육, 듣다보니 빠져든다. 당연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 '알면 뭐 해?', '할 줄 알아야지!' 즉, 아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체육입니다. 살을 빼려면 운동 열심히 하고 음식조절을 하면 되죠.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앎입니다. 체육이 강조돼야 하는 이유죠."

'정섭쌤'의 '개똥철학', 더 들어보자. 체육을 배워야 하는 이유 4가지가 이어진다.

첫 번째, 자신의 움직임을 통해 자각하기 위해서다. 나의 몸 상태를 알고, 움직임으로 나를 깨닫는 법 등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나를 알고 그 다음에 상대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정섭쌤'은 말한다.

두 번째, 다른 사람 및 환경에 적용하여 움직이는 법을 알게 된다. 나와 상대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법, 다양한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법, 다양한 도구를 조절하는 법 등을 배운다.

세 번째, 놀이, 게임, 스포츠 등의 신체활동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다. '정섭쌤'은 "체육이란 놀이를 통해 규칙을 정하고 게임으로 발전하게 된다. 게임의 공정성을 이해하게 되면 경쟁하게 되고 그 경쟁을 계속하게 되면 비로소 스포츠를 이해하게 된다"며 "체육은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진정으로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네 번째,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표정, 손짓, 몸짓, 발짓 등은 그 자체가 언어다. 다양한 신체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다고 '정섭쌤'은 강조한다.

이쯤되면 철학이라 할 만 하다. 체육이 세상의 중심이란 의미도 더 무겁게 다가온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정섭쌤'의 개똥철학이 녹아있는 대표적인 체육수업은 3가지다. 협동농구, 배려민턴, 보디튜닝이다.

협동농구는 '같이'가 '가치'있는 두근 두근 협동농구로 표현된다. "구기운동 중 가장 큰 공을 사용하여 가장 작은 골대에 넣는 농구를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게 '정섭쌤'의 설명. 이 수업에는 '리듬바스켓트레이닝'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농구의 대표적인 기능인 공다루기, 드리블, 패스, 풋워크, 슛 5가지를 리듬에 맞춰 안무로 구성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코로나19 환경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배려민턴은 "BAD가 아닌 배려로, 모두의 배려민턴"이란다. 배려심을 위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협동농구처럼 '배려민턴건강체조' 프로그램도 짜여져 있다.

보디튜닝은 '자기 몸 이해부터! 발전과 성숙을 위한 보디튜닝'이 모토다. '정섭쌤'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체력결손'이다. 아이들의 움직임이 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둔해져서 운동장 2바퀴를 뛰지도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체력결손이 가장 무서운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정섭쌤'은 요가동작과 필라테스, 자신의 몸무게를 활용한 트레이닝으로 구성된 '보디튜닝' 수업으로 체력결손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19, 입시위주 교육 등의 벽이 아직 높다. 체육이 중심이 되기 위해 시간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부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우울증 등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신체활동 등을 통한 성취와 기쁨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거죠.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체육이 강조되고 이슈가 되어야 합니다."

'체덕지'가 되는 그 날, 그 때까지 '정섭쌤'의 '개똥철학'은 계속된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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