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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팔다리엔 온통 테이핑...온몸이 부상병동" 박상영이 이끈 투혼의 銅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31 09:46

수정 2021-07-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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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엔 온통 테이핑...온몸이 부상병동" 박상영이 이끈 투혼의 銅


"온몸이 부상 병동."



30일 오후 도쿄올림픽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45대42,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 남자 에페 최초의 단체전 동메달을 이끈 박상영의 팔다리는 온통 테이핑 투성이였다.

박상영은 전세계 에페 선수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선수, '닥공' 인파이터다. 동시타를 인정하는 에페의 특성상, 조심조심 경기운영이 대부분인데 박상영의 에페는 사브르 못잖게 박진감이 넘친다. 순식간에 날아올라 4~5점을 연속해 찔러내는 전광석화같은 플래시 기술은 알고도 못막는 박상영만의 전매특허다.

박상영의 소속팀 울산 중구청 감독이자 도쿄올림픽 여자에페 코치로 은메달을 획득한 장태석 감독은 애제자의 몸 사리지 않는 투혼을 언급했다. "상영이의 플래시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모든 선수들이 알고도 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스피드를 전제로 하는 이런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부상도 잦다. 2014년 무릎 십자인대 수술 이후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쉼없이 달리다보니 양쪽 무릎 모두 성한 데가 없다. 리우 이후 2번의 수술을 했고, 오른쪽 팔꿈치, 손목도 성치 않다. 온몸이 부상병동"이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상영이가 올림픽 디펜딩챔피언이고 형들이 떠난 후 '총대를 메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다. 스스로 심리상담, 심리치료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상영이 어머님이 백일기도를 하며 공을 들였다"고 귀띔했다. 불면의 밤을 지샐 만큼 몸도 마음도 힘든 상황에서 원팀의 투혼으로 서로의 빈곳을 메워내며 따낸 남자 에페 사상 첫 단체전 동메달을 그래서 더욱 뜻깊다.

5년전 리우올림픽은 신나는 놀이터였는데, 디펜딩챔피언으로 나서는 도쿄올림픽은 이겨야 사는 전쟁터였다. 2018년까지 세계선수권 포디움을 휩쓸던 월드클래스 정진선, 박경두 등 형들이 떠난 후 '막내온탑' 에이스가 된 박상영은 부담감에 시달렸다. "전쟁을 준비하듯 싸웠다.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상처투성이 팔다리에 테이핑을 친친 동여맨 채 박상영은 몸이 부서져라 달리고 또 달렸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필사적으로 날아올랐다. 스위스와의 8강전, 30-34로 밀린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상영은 무려 14점을 찔러내며 44대39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탈락 직전의 대한민국을 4강으로 올렸다. 그러나 4강 한일전에선 4라운드 20-8까지 벌어진 점수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38대45로 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6라운드 20-21, 한 점 뒤진 채 칼을 넘겨받은 박상영은 6점을 내리 내주며 23-27로 밀렸다. 그러나 7라운드 송재호가 6-5, 8라운드 권영준이 5-2로 이겨내며 34-34,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8강전, 4강전에서 부진했던 동료들이 힘을 냈다. 마지막 주자, 박상영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짜냈다. 9라운드 11점을 찔러내며 마지막 짜릿한 플래시로 45대42, 동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박상영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날리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남자 에페 단체전 메달은 펜싱인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과 투혼의 메달이다.

장태석 감독은 "남자 에페 단체전 메달을 예상치 못했지만 상영이가 해줄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고 했다. "개인전 탈락 후 마음고생을 빨리 잊고 단체전에서 결실을 맺었다. 늘 상영이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케어하지만 대단한 선수다. '박상영이 박상영한 것'"이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상영이는 선천적인 스피드를 타고 났고, 중고등학교 때 지도자를 잘 만났다. 국가대표 출신 선생님들로부터 기본기를 아주 잘 배웠다"고 했다. 장 감독에 따르면 박상영은 펜싱밖에 모르고, 펜싱을 집요하게 연구하고, 펜싱 외엔 잘하는 게 없는 자타공인 '펜싱바보'다. "펜싱 외에 다른 구기종목은 전혀 못하고, 대회 나가서 함께 방을 쓰면 내가 다 치워줘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고 폭로하더니 "그래도 펜싱은 손이 전~혀 안가니 괜찮다"라며 하하 웃었다.

열정과 투혼의 검투사, 박상영은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2021년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2연속 올림픽 메달과 함께 대한민국 남자 에페 사상 개인-단체전 올림픽 메달을 가진 유일한 선수가 됐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린다. 간절함은 끝내 통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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