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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어벤저스가 어벤저스했다" '도쿄땅에 태극기'약속지킨 男사브르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28 20:07

수정 2021-07-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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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가 어벤저스했다" '도쿄땅에 태극기'약속지킨 男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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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가 어벤저스했다."



'펜싱 어벤저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각)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B에서 펼쳐진 단체전 결승에서 난적 이탈리아에 45대 26으로 승리했다. 4라운드에서 이미 20-7로 앞서나갔고, 6라운드에선 26-13, 더블스코어로 앞섰다. 압도적, 절대적인 금메달이었다.

김정환 (38·세계랭킹 7위) 구본길(32·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세계랭킹 10위) 오상욱(25·성남시청·세계랭킹1위) 김준호(27·화성시청·세계랭킹 20위)로 이뤄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자타공인 '펜싱코리아'의 자존심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번의 국제대회에 나서 9개의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2017~2019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3연패 위업을 쓴 강호의 절대강자다. 세계 펜싱계는 일찌감치 한국을 우승후보 1순위로 찍었다.

확고부동 1번 시드, 이변은 없었다. 펜싱코리아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9년만의 2연패에 성공했다.(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종목 순환 원칙에 따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빠졌다.)

말 그대로 난공불락, 우주최강 어벤저스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 4명 중 절반인 김정환, 구본길이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역사이자 '국제펜싱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다. 10년 넘게 소속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이들의 눈빛 호흡은 최강이다. '맏형' 김정환은 2017년 독일 라이프치히세계선수권 단체전 1위, 2018년 중국 우시세계선수권 개인전-단체전 2관왕,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3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단체전 금메달로 3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 역대 최다 4개의 메달 기록도 세우게 됐다.

'본투킬' 구본길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까지 사상 첫 개인전 3연패 위업을 이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17~2019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3연패, 2014년 카잔세계선수권 개인전 은메달, 2017~2018년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2연패까지 지난 10년 넘게 펜싱코리아의 중심을 지켜온 에이스다.

'꽃미남 막내' 오상욱은 확고부동 세계랭킹 1위. 현존하는 사브르 선수 가운데 공수에서 가장 완벽한 선수로 손꼽힌다. 2019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개인-단체전 2관왕, 2019년 도쿄아시아선수권 개인-단체전 2관왕,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부다페스트월드컵 개인전 우승까지 나서는 대회마다 1위를 휩쓸어온 '막내온탑'이다.

결승 8라운드 피스트에 올라 엔리코 베레를 5-1로 압도한 김준호 역시 2018년 중국우시세계선수권 개인전 3위, 2019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단체전 1위,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단체전 1위의 막강 스펙을 자랑한다.

제각기 뛰어난 어벤저스지만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일 때 더욱 강해지는 원팀의 시너지다. 월드클래스 선후배끼리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38세 베테랑 맏형, 김정환은 13년차 조카뻘 오상욱에게 최고의 멘토이고, 세계랭킹 1위, 극강의 펜서 오상욱은 김정환에게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다. 기술이 막힐 때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김정환은 "선수촌에 나이란 없다. 똑같은 선수다. 오히려 이 어린 친구들에게 배울 것이 더 많다. 내가 가진 노하우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상욱이와 같이 훈련하면서 '역주행'으로 실력이 느는 느낌이 든다"며 미소 지었다. 올림픽 현장에서도 이들의 집단지성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한날 한시 동시에 열린 김정환과 오상욱의 8강전, 김정환은 자신의 4강행을 결정짓자마자 후배 오상욱의 8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갔다. 벤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환의 동메달 결정전에선 구본길이 벤치 신공을 펼쳤다. 김정환은 "본길이에게 경기 전 '머릿속이 하얘지면 너를 부르겠다.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본길이의 공격적인 주문이 적중했다"며 공을 돌렸다. 집단지성으로 따낸 동메달 직후 이들은 단체전 금메달을 정조준했다. 김정환은 "개인전 메달은 보너스일 뿐"이라고 했다.8강, 4강, 결승 무대에서 이들은 어벤저스다웠다. 이집트와의 8강전에서 오상욱이 에이스의 몫을 톡톡히 했고, 독일과의 4강전에서 구본길이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구본길, 김정환이 막히면 오상욱이 뚫어냈다. 김정환 오상욱이 막히면 구본길이 뚫어냈다. 구본길이 막히면 김정환, 오상욱이 뚫어냈다.

처음부터 개인전 메달보다 단체전 메달을 목표 삼았던 이들은 개인전 탈락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이고, 최고의 멘토인 이들은 '모두의 금메달'을 목표로 똘똘 뭉쳤다. 결승전 마지막 9라운드 오상욱이 상대 에이스 루카 쿠라톨리에게 5점을 내리 내주자 구본길이 "상욱아! 스코어 의식하지마!"라고 외쳤다. 오상욱이 3연속 찌르기에 성공했다.

출국전 도쿄 금메달 사진을 본 구본길은 "금메달 잘 찾아오겠다. 단체전 잘하겠다" 했었다. 개인전에서 컨디션 난조로 부진했던 구본길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힘을 냈다. 김정환은 동메달 직후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을 위해 시원한 금메달을 꼭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오상욱은 32강 탈락 후 "단체전에 포커스를 맞춰서 더 단단한 대한민국을 보여드리겠다"며 펜싱화를 고쳐맸다. 자신감이 넘쳤고 서로를 믿었다. 실력과 멘탈, 경험을 모두 갖춘 끈끈한 원팀 어벤저스는 보란듯이 해냈다. 어벤저스가 어벤저스했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온 기나긴 5년, 펜싱장에 나부끼던 플래카드 '도쿄 땅에 태극기를!' 그 약속을 지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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