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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현장]일본이 원한 한-일전, 韓 핸드볼 자존심 걸렸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7-28 11:09

수정 2021-07-29 05:37

일본이 원한 한-일전, 韓 핸드볼 자존심 걸렸다
사진=REUTERS-X01622 연합뉴스

[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벼랑 끝 대한민국. 상대는 '영원한 맞수' 일본이다. 한-일전이 펼쳐진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29일 일본 도쿄의 국립요요기경기장에서 일본과 도쿄올림픽 여자핸드볼 조별예선 A조 3차전을 치른다.

예고된 한-일전이었다. 일본이 '원해서' 성사된 매치업이다. 올림픽 여자핸드볼에서는 개최국의 홈 어드벤티지가 있다. 조별편성을 한 뒤 개최국에게 한쪽을 골라 들어갈 수 있는 선택권이 준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이 A조를 택했다. A조에는 한국을 비롯해 앙골라, 노르웨이, 몬테네그로, 네덜란드가 속해있다. 울리크 커클리(덴마크) 일본 감독은 A조를 택한 뒤 "노르웨이 같은 세계 정상급 팀과의 경기를 일본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과의 대결 역시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맞대결을 원한다는 것이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한국이 앞선다. 한국은 세계 핸드볼 사상 최초로 10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는 남녀 핸드볼을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본을 상대로도 늘 강한 모습을 보였다. 역대 전적에서 23승1무3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8년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도 30대25로 승리했다. 2019년 한-일 정기전 역시 31대20으로 웃었다.

변수는 분위기다. 한국은 이번 대회 초반 흐름이 좋지 않다. 25일 열린 노르웨이와의 첫 경기에서 27대39로 완패했다. 이틀 뒤 열린 네덜란드전에서도 36대43으로 졌다. 이번 대회는 A, B조로 각각 6개 팀이 나뉘어 실력을 겨룬다. 조 4위까지 8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당초 노르웨이-네덜란드를 상대로 최소 1승을 챙긴 뒤 일본과 앙골라를 잡는다는 계산이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은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8강으로 가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일본은 홈에서 펄펄 날고 있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는 21대32로 패했지만, 2차전 반전에 성공했다. 몬테네그로를 맞아 29대26으로 이겼다. 덴마크 리그에서 뛰는 이케하라 아야카가 6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일본은 45년 만에 승리를 챙기는 기쁨을 맛봤다. 경기 뒤 커클리 감독은 "매 경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팀이다. 다음 경기도 이 레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커클리 감독은 2017년 초부터 일본을 이끌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한국. 자존심까지 걸렸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대표팀은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도쿄에 입성했다. 이제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일본을 상대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한-일전 승리는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행인 것은 1차전에 비해 2차전 경기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에이스' 류은희가 1차전 3골에 그쳤으나, 2차전에서 10골을 터뜨렸다. 이미경도 네덜란드전에서 9골을 넣으며 손끝을 달궜다. 강 감독은 "경기 내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남은 세 경기에서 다 이겨야 한다. 일본과의 경기부터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미경 역시 "한-일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앞선 두 경기 결과를 빨리 잊고 일본과의 경기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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